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하루 전에 제동이 걸렸다. 허정무 후보의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정몽규 회장이 4선에 도전 중인 가운데 이번 가처분 인용이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임해지)는 축구협회장 선거를 금지해달라는 허 후보의 가처분 신청을 7일 인용했다. 허 후보는 “협회가 협회장 선거 일정을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는 주장과 함께 지난달 30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허 후보는 규정상 194명으로 구성돼야 하는 선거인이 21명이 부족한 173명으로 구성된 데다 선거인단 추첨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법원은 허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선거인 추첨에 앞서 개인정보 동의를 받고 동의한 회원에 한해 추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데 추첨을 먼저 한 후 동의를 받아서 동의하지 않은 21명을 선거인에서 배제했다”며 “재추첨 등 선거인을 보충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선거인을 확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절차적 위법은 사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거인단 추첨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거 관리·운영회 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이 누구인지 공개되지 않은 점, 위원회가 정관 및 선거관리 규정에 부합하게 구성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점, 선거가 이대로 실시될 경우 그 효력에 관해 후속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 등도 가처분 인용 사유로 밝혔다.
이에 따라 8일 예정됐던 축구협회장 선거는 잠정 연기됐다. 선거를 준비하던 축구협회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일단 선거는 연기할 수밖에 없다. 변경된 선거 일정은 수립 되는대로 추후 공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 측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정 회장과 허 전 대표팀 감독, 신문선 교수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미 세 차례 임기를 거치며 지지 기반을 다진 정 후보가 우세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선거 연기라는 변수를 맞게 됐다.
단, 허 후보도 선거가 연기되면서 출마를 못 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축구협회 정관은 회장선거 후보자 자격을 ‘선거일 당일 만 70세 미만인 자’로 제한하고 있다. 1955년 1월 13일 생인 허 후보는 13일 이전에 선거가 치러지지 않으면 후보 자격을 잃게 된다.
허 후보는 “선거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결정한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면서 “출마를 못 하게 되더라도 공정한 선거와 후배들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