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는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혹한기가 꾸준히 이어졌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투자를 견인했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에게는 투자 줄어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7일 벤처캐피털(VC) 분석업체 더브이씨가 발표한 ‘2024년 한국 스타트업 투자 통계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 투자 금액 6조963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한 수치다. 특히 투자 건수가 이 기간 약 27% 줄어든 1336건을 기록했다.
투자 라운드별로 살펴보면 초기투자인 시드투자와 시리즈A 투자가 침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투자가 줄었다는 것은 VC의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초기투자 건수는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한 1067건으로 집계됐다. 투자 금액은 전년 2조184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5% 줄었다. 스타트업의 시장 가능성을 검증하고 확장하는 단계인 시리즈B·C의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 모두 전년 대비 10%대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시리즈C 이후 단계 역시도 투자가 줄었다.
AI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투자 금액 966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1% 급증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보안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는 AI 기술을 접목한 스타트업들에 투자금이 몰렸다. 각각 7145억원과 1조2934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전체 투자 금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243%, 69% 늘어난 수치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VC들의 옥석 가리기가 심했다”며 “사업성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은 초기투자를 받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지막 달, 새로운 AI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AI 기반 영어학습 솔루션 ‘스픽’을 운영하는 스픽이지랩스는 시리즈C 투자로 7800만 달러(약 1137억원)을 투자받아 1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메터와 슬랙의 주요 투자사로 잘 알려진 글로벌 벤처캐피털 엑셀이 이번 투자를 주도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총 1억6200만 달러(약 2354억원)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