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의 전국적 대유행에 따라 교회학교들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와 고위험군의 독감 예방 접종 등 교회학교 아이들을 위한 선제적 예방을 조언했다.
지난 5일 강원도 삼척의 한 교회 주일예배엔 교회학교 학생 중 8% 정도가 독감 때문에 결석했다. 이 교회 A부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제 감기나 독감에 걸려 교회학교에 나오지 못했다는 보고가 있었다”면서 “최근 독감 확산세 때문인지 장년 교인 중 80% 정도는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교회에 나오신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역시 지난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아이들이 적지 않아 교사들이 전화 심방을 돌렸다고 한다. 다음세대 사역 담당인 B목사는 “매년 첫 예배는 통상 출석률이 높은 편인데 이번엔 아이들 가운데 5% 정도가 독감에 걸려 참석하지 못했다”며 “감기에 걸려 예배를 드리지 못한 인원까지 세면 불참자는 더 많다”고 했다.
서울 연동교회(김주용 목사)는 지난 5일 교회학교와 장년 모두 10% 정도가 감기로 교회에 나오지 못했다. 더욱이 이날 눈까지 내리면서 결석자가 더 늘었는데, 이달 중 진행되는 교회학교 겨울 신앙 프로그램 준비에도 감염병 예방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교회는 코로나19 때처럼 손 소독제 등을 다시 비치하는 등의 방역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오는 11일부터 8주간 매주 토요일에 ‘온세대 토요새벽기도회’를 진행하는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도 기도회 참석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면할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2~28일(지난해 52주차) 국내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사환자는 73.9명으로 3주 전인 49주차(7.3명)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52주차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2016년 이후 최대 수치였다. 발생률은 특히 다음세대 연령층인 13~18세 학생(외래환자 1000명 당 151.3명)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독감이 크게 유행하지 않으면서 면역력을 갖지 못한 인원이 누적됐다”며 “열이 나고 기침하시는 분들 10명 중 7명은 독감인 듯하다. 독감 대유행은 이달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초등학생까지는 국가에서 무료로 예방 접종해주고 있다. 교회에서도 예방 접종을 안내해주면 독감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독감 유행이 더 심해질 땐 교회가 일시적으로 예배 중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외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땐 어린이용 해열제와 설사약 등 비상 약품을 갖춰야 한다”며 “교외로 수련회를 간다면 인근 의료기관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두라”고 조언했다.
이현성 장창일 김동규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