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스마트 안경이 미국 뉴올리언스 트럭 테러를 준비하는 데 사용된 정황이 나타났다. 새해 첫날 새벽에 벌어진 해당 공격으로 행인 1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미 연방수사국(FBI) 뉴올리언스지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테러 용의자 샴수드 딘 자바르가 지난 10월 말 메타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를 쓰고 범행 대상 지역을 살핀 것으로 파악했다고 ABC뉴스가 7일 보도했다.
FBI가 공개한 녹화 영상에서 평범한 관광객처럼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는 자바르는 보통 선글라스를 쓴 듯 보였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FBI는 이 장면을 ‘정찰’로 묘사했다.
300달러(약 43만원) 정도에 살 수 있는 메타 안경은 프레임에 카메라가 달려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영상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전화를 걸고 받거나 아이폰 시리 같은 음성 비서와 통신할 수 있는 스피커를 내장하고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도 지원한다. 메타는 2021년 이 제품을 출시했다.
머씰은 자바르가 테러 당시에도 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은 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FBI 프로파일러 브래드 개럿은 “그(자바르)가 안경으로 하는 모든 일은 휴대전화로도 할 수 있지만 이 안경은 위장 효과를 준다”고 ABC뉴스에 설명했다.
자바르는 지난 1일 새벽 오전 3시15분쯤 뉴올리언스에서 버번 스트리트를 차단한 경찰차를 피해 포드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을 빠르게 몰아 사람들을 덮쳤다. 트럭을 구조물에 충돌시킨 뒤에는 0.308 구경 반자동 소총으로 경찰에 총격을 가하다 현장에서 사살됐다.
그는 거리에 있는 쿨러 안에 급조폭발물(IED) 2개를 설치한 뒤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사망하기 전 이를 폭발시키려 했다고 한다. IED가 폭발하지 않은 건 자바르가 실행 전 사망했거나 폭발 장치를 잘못 사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FBI는 추정했다.
휴스턴 출신인 자바르는 미국 태생 시민권자로 육군에서 IT 및 인사 전문 요원으로 복무했다.
그는 범행 전날인 지난달 31일 텍사스에서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동안 여러 영상을 촬영했다. 이 영상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IS)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며 자신의 테러 행위가 그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바르의 공격은 현재까지 단독 범행으로 알려져 있다. FBI 조사 결과 자바르가 ISIS나 다른 개인 또는 조직으로부터 공격을 위한 지원을 받은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뉴저지 법무장관실 법 집행관으로 근무한 컴퓨터 포렌식 전문가 존 루시치는 메타 안경에 대해 “이 기술은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도 메모를 하거나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나다”며 “하지만 악당들이 사용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ABC뉴스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안경이 뉴올리언스 공격과 같은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본다.
루시치는 FBI가 이미 메타를 상대로 영장을 발부해 자바르가 안경을 통해 온라인에 올린 모든 영상과 문자메시지 등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