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5년, 3년… 형량 반토막 난 ‘훈련병 사망’ 사건

입력 2025-01-07 14:52 수정 2025-01-07 17:25
연합뉴스

지난해 5월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얼차려)을 실시하다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제12사단 신병교육대 소속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각각 징역 5년, 3년을 7일 선고받았다. 검찰 구형량(10년, 7년)의 절반 수준이다.

춘천지방법원 형사제2부(부장 판사 김성래)는 이날 학대 치사와 직권 남용 가혹 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A씨(28·대위)에게 징역 5년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부중대장 B씨(26·중위)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B씨가 실시한 얼차려가 군형법상 가혹 행위는 물론 형법상 학대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잘못 반성’ ‘기강 확립 목적 얼차려’ 정상 참작

재판부는 ‘얼차려와 훈련병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라는 A·B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의 소견과 사건 발생 전 육군 제12사단이 예하 부대에 전파한 공문을 근거로 ‘입소 9일 차에 불과한 피해자가 신체에 무리가 가는 훈련을 받을 경우 온열 질환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라는 결론을 냈다.

재판부는 또 ‘공모한 적 없다’라는 A·B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얼차려 전체 과정을 보면 피고인들이 상대방의 행위를 인식하면서 용인하거나 승인 또는 보조하며 관여했다. 비록 구체적 방법을 명시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더라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공모해) 범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B씨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신체 조건에 맞지 않는 혹독한 얼차려를 시행했다. 비정상적 얼차려로 피해를 입히고 군 사기와 전투력,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 21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생명을 잃었고 유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아직 용서도 받지 못했다”라고 질타했다.

A·B씨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군 기강 확립을 위해 교육 목적으로 얼차려를 시행하다 범행에 이른 점 등이 정상 참작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 측이 A씨의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엄벌을 탄원한 데 대해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한 정상으로 제한해 참작했다”라는 뜻을 밝혔다.

‘죄의 수’ 판단 달라… 학대 치사죄 형량만 적용

앞서 A·B씨는 지난해 5월 23일 강원 인제군 육군 제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에게 얼차려를 시키다 실신한 C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C 훈련병이 사망에 이른 경위가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업무상 과실 치사가 아닌 학대 치사죄를 적용했다.

형량이 줄어든 이유는 ‘학대 치사죄’의 형량만 매겨졌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B씨가 별개의 범죄를 여럿 범했다(실체적 경합)고 본 검찰과 달리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한다(상상적 경합)고 판단했다. 실체적 경합이라면 형량 가중이 가능하지만 상상적 경합은 가장 무거운 죄 하나에 대한 형으로만 처벌한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른 학대 치사죄의 형량인 징역 3~5년의 범위 안에서 선고했다. 이에 대해 C 훈련병 등 유가족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실체적 경합으로 보는 것이 맞는데 재판부가 상상적 경합으로 본 것이 아쉽다. 항소심에서 ‘죄의 수’에 대한 재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A·B씨는 최후 진술에서 유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면서도 학대 치사죄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판결이 선고된 뒤 C 훈련병 어머니는 “징역 5년, 3년으로 처벌한다면 누가 군대에 온몸을 바쳐 훈련받고, 어떤 부모가 군대를 보낼 수 있겠느냐”라며 억울한 심경을 표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