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치를 봐요” 47년만 첫 연기상…화제의 소감

입력 2025-01-07 11:28 수정 2025-01-07 11:32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가 지난 5일(현지시간)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서브스턴스'로 뮤지컬, 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AP뉴시스

“(평가) 잣대를 내려놓으면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죠.”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62)의 수상 소감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연기력보다는 외모와 사생활로 주목받았던 과거를 솔직하게 토로하며 ‘타인의 잣대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의 가치에 집중하라’는 그의 메시지는 수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무어에게 공감을 표하는 영화 팬들의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무어는 지난 5일(현지시간)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서브스턴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배우 경력 47년 만에 이룬 쾌거다. 무대 위로 올라 트로피를 거머쥔 무어는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큰 충격에 빠졌다”며 “45년 넘게 이 일을 해왔는데 배우로서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브스턴스는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과거의 스타 ‘엘리자베스’가 50번째 생일날 더는 어리거나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방송계에서 퇴출당한 뒤 젊음을 되찾아주는 약물을 복용하며 펼쳐지는 신체 개조 호러물이다. 영화는 할리우드의 외모지상주의를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무어는 이 영화에서 전라 연기까지 불사하며 말 그대로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

1990년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던 무어는 점차 작품보다 결혼과 이혼 등 사생활 이슈, 그리고 외적인 부분으로 소비될 때가 많았다. 7억원을 들여 전신 성형을 했다는 의혹 등 여러 루머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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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의식한 듯 그는 수상소감 초반부터 약 30년 전 한 영화 제작자에게 들었던 말을 꺼냈다. 그는 “‘팝콘 여배우’라는 말을 들은 뒤 나 역시 그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됐고, 그 믿음이 나를 점차 갉아 먹어 몇년 전에는 ‘아마도 나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팝콘 여배우란 스타로서 흥행에는 도움이 되지만 연기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배우를 뜻하는 표현이다.

무어는 이처럼 자존감이 낮아져 있을 때 서브스턴스 대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마법 같고, 대담하고, 용기 있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완전히 미친 대본이었다”며 “우주가 내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오늘 이 트로피를 저의 온전함과 사랑의 표시이자 제가 사랑하는 일에 제가 속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선물로 자축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자신처럼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충분히 똑똑하지 않고, 예쁘지 않고, 날씬하지 않고,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자신이 과거 들었던 조언을 대신 전한다며 “당신은 결코 충분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런 (평가) 잣대를 내려놓으면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무어의 수상소감은 많은 네티즌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엑스에는 “무어의 소감을 듣고 울었다” “무어의 소감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영화보다 더 잘 전달하는 것 같다” 등의 글이 게시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국에서 살 때 미적 기준에 대한 강박이 너무 심해서 20대 초반 거식증에 걸렸을 때 빼고는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며 “런던에 온 뒤 그때 사진들을 보면 지금에서야 놀라울 정도로 말랐다는 생각이 든다. 무어의 소감이 이 때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