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한몸이지만 용변은 좀…” 알바 구하면 만사OK?

입력 2025-01-07 10:03 수정 2025-01-07 10:34

지난달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엔 희한한 아르바이트 게시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교회가 청소 인력을 구한다는 광고였습니다. 교회가 올린 청소 모집 광고엔 이틀 만에 지원자 36명이 몰렸습니다.

청소 인력을 모집한 교회는 인천의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교회로 1000여명이 출석하는 작지 않은 교회였습니다. 한데 당근알바에 올라온 사업자 정보를 보니, 교회가 청소 노동자를 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출석 교인만 1000명이 넘는데 교회엔 청소할 봉사자가 없었던 걸까요. 교회는 왜 당근에 아르바이트 광고를 올리고 있었을까요.

교회 속사정을 들어보면 일견 이해가 됩니다. 이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A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소해야 할 공간이 적지 않아 교인들에게 봉사를 맡기기엔 부담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무래도 주일에 청소할 게 많고, 토요일에도 사역이 몰려 있어 외주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회 청소를 용역업체에 맡기는 사례는 이밖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교회도 청소는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 교회 행정목사는 “하루도 빠짐없이 교회를 청소해야 하는데, 봉사자가 도맡기엔 일이 너무 크다”며 “담당 구역과 시간을 나눠 교인들이 청소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교회 시설 관리가 복잡하고 어려워진다”고 답했습니다.

A목사도 비슷한 이유를 꼽았습니다. “교인들이 청소하면 이런저런 요청사항을 편히 전달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화장실을 청소하다 다른 교인을 마주치면 민망하다’는 교인들의 민원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배당 청소는 여선교회에서 도맡고 있다”며 “청소와 분리수거만 외주를 맡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교회의 청소 외주화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교회가 교인들에게 궂은일을 부추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발성 없는 봉사는 봉사가 아닙니다.

그럼 ‘봉사의 외주화는 교회와 교인 모두에게 윈윈’이란 결론으로 논의를 끝내면 될까요. 그러기엔 찝찝하고 씁쓸한 구석이 있습니다. 외주가 익숙해진 교회는 공동체성과 거리가 멉니다. 교인들이 함께 세워가는 곳이 아닌 종교 서비스를 소비하는 공간에만 머물 수 있습니다.

교회가 교인들에게 품삯을 주면서 청소를 맡기는 방법도 해결책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청소 봉사에 시급을 매긴다면 다른 봉사들도 유급 사역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돈으로 모든 봉사를 해결하는 관행이 굳어지면 사례가 없는 곳엔 봉사자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시급이 얼마인지’로 사역에 위계가 세워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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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모호해도 원인은 분명합니다. 언제부턴가 교회 청소는 하기 싫은 일이 됐습니다. 돈으로 봉사를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하고 싶은 봉사와 하기 싫은 봉사가 편식하듯 나뉘었습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식당 봉사만 봐도 구인난으로 외주를 주거나 식권을 주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면서도 “카페 봉사는 아직까지 교인들 사이에서 인기 봉사로 꼽힌다”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교회 청소의 외주화는 정죄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봉사에 있어서도 “교인들의 재능과 관심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다만 “불편사항을 따지면서 봉사를 가리는 건 고민해볼 문제”라며 “교회 내 허드렛일을 기피하는 건 ‘자신을 부인하고 작은 일에 충성하라’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는 반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소 봉사를 둘러싼 인식도 전환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정 교수는 “직분에 따라 궂은일에서 물러나면 봉사마다 귀천이 있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목회자와 장로가 교회 청소 봉사에 나선다면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특정 봉사를 높고 낮게 여기는 마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우리가 고백하는 ‘지체 의식’을 살아내는 게 과제인 듯합니다.

교회가 용역업체에 청소를 맡기기로 교인들과 합의했다면 노동자를 후하게 대접하자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교회와 신학교에서 일하시는 청소 노동자들이 교인들과 신학생들의 푸대접에 상처받으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똑같은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교회와 신학교 안에선 위선적이라 느낄 수 있다. ‘돈을 주고 누군가를 부린다’는 생각을 버리고, 여건이 된다면 시급이나 처우 등을 사회적 평균치보다 더 높게 제공해봄 직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