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 2주 전인 6일(현지시간) 대서양, 멕시코만, 태평양 등 미국을 둘러싼 근해 대부분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을 위한 굴착 시추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 유산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드릴링(굴착 시추)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쉽게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동부 해안 전체,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을 잇는 태평양 연안, 멕시코만 동부, 알래스카의 북부 베링해에서 새로운 석유·가스 시추를 막는다. 시추 금지 수역의 총 면적은 252만㎢로 미국 내륙 땅과 비교할 때 4분의 1이 넘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해안에서 시추를 하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곳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으며 국가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데도 불필요하다”며 “기후 위기가 전국의 지역 사회를 계속 위협하고 있으며 청정 에너지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을 위해 이 해안을 보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적극적인 기후 정책을 추진해 공화당 및 산업계와 마찰을 빚었다. 바이든의 ‘인플레 감축법(IRA)’은 인플레 대응을 이름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론 대부분의 예산을 기후 대응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법이다.
이번 시추 금지 조치는 단순한 대통령 행정명령이 아니라 70년 전 법제화된 ‘바깥쪽 대륙붕 육지 보호법’에 의거한 것으로 의회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무효화할 수 없다.
차기 백악관 대변인인 캐롤라인 레빗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금지 조치를 “미국 국민에게 정치적 복수를 하기 위해 고안된 불명예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안심하세요, 조 바이든은 실패할 것이며, 우리는 ‘드릴, 베이비, 드릴’(석유를 시추하라는 구호)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를 조롱하고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정책을 지우고, 지구 과열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 협력에서 미국을 철수시키며, 석유 산업이 미국의 공공 토지와 물에 사실상 무제한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셰일(퇴적암) 프리킹 채굴로 하루 1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해 러시아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에 오른 지 오래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