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트뤼도 사임 임박…9년 집권 끝날 듯

입력 2025-01-06 18:21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AP연합뉴스

지지율 하락으로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사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뤼도 총리가 이르면 6일 총리직에서 사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은 늦어도 8일 여당인 자유당 의원 총회 이전에는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트뤼도와 통화한 한 인사는 “총리가 (사퇴 요구가 나올) 자유당 의원총회 전에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래야만 의원들에게 강요당해 사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뤼도 총리가 즉시 사임하고 임시 총리에게 자리를 넘길지 혹은 차기 전당대회 전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트뤼도 총리와 측근들은 전당대회 이전까지 총리를 유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당내에선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총리가 측근인 도미니크 르블랑 재무장관에게 임시 총리로 나설 의향에 대해 물었다”고도 전했다.

차기 총리로는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 등이 거론된다. 글로브앤드메일은 “앵거스리드 여론조사 결과, 트뤼도가 직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자유당의 지지율은 13%에 불과하지만 프리랜드가 총리가 되면 21%까지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줄 이은 당내 사퇴 촉구…신민주당은 내각 불신임 압박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2015년 집권한 트뤼도 총리는 수년간 60%를 넘나드는 높은 인기를 누려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처 미흡으로 지지율이 폭락했다. 앵거스리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트뤼도의 지지율은 28%에 불과하다.

트뤼도의 추락과 함께 자유당도 지난해 토론토·몬트리올 등에서 수십년간 지켜온 텃밭을 빼앗기며 연전연패했다. 자유당 의석수가 현재 153석에서 3분의 2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도 이어졌다. 당내에선 트뤼도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하지만 이같은 반발에도 트뤼도는 자리를 고수해왔다.

트뤼도 총리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달 초 프리랜드 전 부총리의 사임이다.

프리랜드는 2개월간 판매세 징수를 중단하는 안과 전 국민에게 250 캐나다달러를 지급하는 ‘경기 부양책’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해왔다. 프리랜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에 대비해 감당하기 어려운 확장 재정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프리랜드는 트뤼도 총리의 좌천 시도에 반발하며 “정치적 술수를 쓰고 있다”며 맹비난한 뒤 사퇴했다.

이후 공식적 입장을 내고 있지 않던 당내 주요 계파들도 대부분 트뤼도 총리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더해 지난해 9월 신임공급 협약을 파기한 신민주당이 트뤼도가 사임하지 않을 경우 이달 말 내각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압박했다. 자유당은 현재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신민주당과 보수당, 퀘백 블록 등 야권이 연합하면 내각불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