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와 오피스텔 월세 상승세가 여전하다.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기피 현상 뿐 아니라 비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 올해도 월세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빌라 임대 시장은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전세 비중을 앞질렀다.
6일 한국부통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주택(빌라)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04.87로 100.84였던 2023년 2월부터 22개월 연속 상승했다. 전셋값 역시 상승세를 보인다.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96.51로 5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이미 빌라의 월세 비중이 아파트 월세 비중을 추월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신고된 연립·다세대주택 전월세 거래 12만7111건 중 월세는 6만8116건(53.6%)이었다. 집계가 시작된 이래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기간 아파트 월세 비중은 41.6%였다.
오피스텔 월세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01.58로 100.9를 기록한 1월부터 10개월 연속 상승했다. 월세는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으로 1.58%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오피스텔 전셋값은 0.2% 하락했다.
비아파트 공급도 줄어 전월세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1월 비아파트 인허가는 3만358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6% 줄었고, 착공은 3만1223가구로 21.6% 감소했다.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빌라 매물도 쌓여가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월 500~600건에 그친 빌라 경매 물건은 지난해 들어 월 1200~1500건으로 곱절 늘어났다. 지난해 9월 전체 서울 빌라 응찰자는 평균 3.48명으로 전달보다 0.2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 공급 부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를 끼고 빌라를 신규 분양하는 형태가 전세 사기 이후 어려워져 전반적으로 비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졌다”며 “2021~2022년에는 오피스텔도 전국적으로 연간 준공이 10만실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약 5만~6만실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