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살해 김신혜, 24면 만에 재심서 무죄로 석방된다

입력 2025-01-06 15:49
2019년 재심 첫 재판 출석하는 무기수 김신혜. 연합뉴스

자신의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탄 술을 먹여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47)씨가 사건 발생 2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재판장 박현수 지원장)는 6일 김씨의 존속살해·사체유기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00년 3월 7일 새벽 4시쯤 전남 완도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남성 A씨(52)가 숨진 채 발견되자 수사를 벌인 경찰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A씨의 첫째 딸인 김씨(당시 23)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과 이복 여동생을 성추행한 친아버지의 9억원 대의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수면유도제 30알이 든 술을 마시게 해서 살해한 뒤 교통사고처럼 꾸며 시신을 유기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차량의 부서진 전조등 조각이 발견되는 등 사건 초기에는 뺑소니 사고로 추정됐다. 그러나 검시 과정에서 교통사고에서 나타나는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는 사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 13.02㎍/㎖가 검출됐다.

이러한 정황을 들어 당시 경찰은 김씨의 범행동기로 이복 여동생과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성추행에 앙심을 품고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결론지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김씨의 고모부가 경찰에 ‘이복 여동생을 성추행한 데 앙심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며 김씨를 용의자로 지목한데 이어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씨가 같은 해 1월 아버지 명의로 9억원대의 상해·생명보험 7개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하며 범행 동기가 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더구나 김씨는 체포 직후 수사기관에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고 공소장에 적시됐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김씨는 수사기관에서의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고모부의 진술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김씨는 “이복 남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했을 뿐이지,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또 “아버지 명의로 가입한 보험 중 상당수는 이미 해약됐고 나머지 보험들도 가입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면서 경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데 이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씨에게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가 위법하고 강압적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영장 발부 없이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폭행과 가혹행위로 자백을 종용한 정황이 제기됐다.

압수수색 규정을 어긴 경찰이 압수 조서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허위로 꾸몄고, 김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는데도 영장 없이 장소를 옮겨가며 범행을 재연토록 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머리와 뺨을 때리면서 서류에 지장을 찍을 것을 강요하고, 날인을 거부하자 억지로 지장을 찍었다고 김씨 측은 주장했다.

이같은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되면서 법원은 2015년 11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다만 재심 결정을 하면서도 김씨 측이 주장한 무죄 주장만큼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 측이 요구한 형 집행정지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심 개시 결정 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김씨는 곧 석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은 김씨에게 최초 무기징역이 선고된 1심에 대한 재심이다.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 2심이 진행된다.

해남=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