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1월은 영어로 January입니다. 이 말은 지난해를 돌아보기도 하고 새해를 내다본다는 뜻을 가졌기에 사람마다 반성과 계획을 세워갑니다. 낙도에서 영혼 구원을 목표로 살아가는 저도 이런 다짐과 각오를 그려보면서 새해 문을 엽니다. 5년 전보다 흰 머리가 훨씬 많아진 거울 속 저를 보면서 더 노인이 되기 전에 더 많은 전도의 열매를 위해 기도해봅니다.
지난해 7월 마지막 더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서울의 교회 청년 13명이 귀한 여름 휴가를 낙도 선교 봉사에 땀을 쏟았습니다. 청년들은 당시 8가구가 사는 작은 섬 안의 섬인 노록도 주택에서 도배 봉사를 했습니다. 그들이 한창 봉사하며 섬길 때는 주민 모두가 감동을 받아 교회에 나오겠다고 답을 했는데 정작 일을 마무리하니 2가구에서 두 분의 할머니만 믿음을 갖기로 약속을 하셨습니다.
교회 봉사팀들은 여름철에 봉사 신청을 하고 도움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목회자와 단기 봉사자 간에 세심한 기도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봉사와 수고의 열매를 거두기 위해 봉사자들이 떠난 후 현지에 남겨진 목회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젊은 청년들이 애쓴 것은 봉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주민 전도를 위한 것이기에 결국 전도의 결실로 이어질 방안이 세워져야 합니다.
노록도는 지형적으로 종일 땡볕이 비추는 곳입니다. 청년들이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짠합니다. 힘든 봉사활동을 펼친 청년들이 떠난 후에 그곳 섬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할머님댁을 성전 삼아 교회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선박이 없었기에 그 섬에 가려면 작은 배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 교회를 기둥같이 섬기시는 집사님이 크게 헌신하셔서 1t짜리 배를 마련해 주셨고 이제 어느덧 6개월째 매 주일 오후 2시에 예배가 드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많은 감사의 조건들이 있습니다만 한 사람의 섬 목회자로서 잊을 수 없는 일은 작은 섬 노록도에 교회가 세워진 것입니다. 노록도는 보길도와 다리로 연결된 섬 노하도 당산리 마을에서 건너편에 보이는 가장 작은 섬입니다. 전체 주민이 15명에 불과한 이 섬에 노록도 동광교회를 세우도록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크신 축복을 체험했습니다.
저는 주일이면 보길도 동광교회에서 오전 예배를 마치고 성도님들을 모셔다 드립니다. 그리고 서둘러 동행하는 팀원들과 노록도를 건너가면 아침부터 저희가 도착할 때까지 손꼽아 기다리시는 두 분 할머님의 따뜻한 환영을 받습니다. 이분들은 교회가 없어 영적으로 우상을 숭배하던 마을에서 기도하고 찬송을 부르며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복음은 인구가 작은 섬에도 전파돼야 하고 저는 그렇게 작은 섬 노록도를 항해 배를 몰고 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평생을 바다에 의지하며 살아오신 어부들을 축복하시려고 그 무더운 여름날 청년들을 사용하셨고 이제 보길도 동광교회가 마치 루디아 집사님 댁에서 시작된 빌립보 교회가 되고 있습니다. 훗날 주님이 저 작은 가정에서 시작된 교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 것인지 새해 아침,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대를 품고 기도에 불을 붙입니다.
오늘날 도시의 크고 웅장한 교회들이 한국교회를 이끌고 세계 선교를 감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최남단 해남 땅끝마을에서 배를 타고 도착하는 저희 섬마을 작은 교회는 아직도 복음을 거부하는 어부들을 위해 복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어부들은 때때로 섬 목회자를 당황하게 만들고 때로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들의 거친 언어와 거친 손을 그대로 마주하고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어부들은 항상 이런 말을 합니다. “목사님, 우리는 늙었고 글도 모르고 제사 때문에 교회 못 갑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맹렬한 사랑은 이런 말을 들어도 말릴 수 없습니다. 아무도요.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