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곧게만 날아가는 화살은 없습니다.”
6일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가 열린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양궁선수 전훈영(31·인천시청)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년회는 회사의 대표이사(CEO)가 올해 직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다. 현대차그룹은 신년회를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행사 전반을 기획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훈영의 말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녹아있다”고 말했다.
전훈영이 말한 ‘흔들림’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화살’은 현대차그룹을 의미한다. 전훈영은 이날 행사에서 상영한 영상에서 “쉼 없는 뒤틀림과 몰아치는 바람을 견디며 자신의 궤도를 지켜내는 화살처럼 우리의 여정에도 한계에 부딪혀야 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있었다”며 “어떠한 위기와 고난이 닥쳐도 우리는 하나가 되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 침체 등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가져야 할 태도를 양궁선수가 쏜 화살에 비유한 것이다.
전훈영은 지난해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국가대표팀의 ‘맏언니’였다. 2020년 양궁 국가대표에 발탁됐지만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됐다. 다시 치러진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지면서 3년 후를 기약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만 서른 살의 늦은 나이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단체전에서 활약하며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여자 개인전에선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고 정 회장은 그런 전훈영을 직접 찾아가 위로했었다.
정 회장도 이날 신년사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얘기했다. 정 회장은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건 어떤 외부 위기보다 우리를 위험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외부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도전 정신을 잃지 말아달라는 당부다.
정 회장은 “우리에게 닥쳐올 도전들로 인해 비관주의적 태도에 빠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며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해 왔으며, 위기 이후 더 강해졌다”고 격려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