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다는 공문을 경찰에 발송했다.
공수처는 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어젯밤(5일) 피의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문에는 체포영장 기한을 연장해 줄 테니 경찰이 집행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이날 만료된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이날 법원에 체포영장을 재청구해 유효기간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무슨 공사 하청을 주느냐”며 “수사를 넘기는 것도 아니고, 공수처에 수사지휘권이 없는데 어떻게 영장 집행을 이첩하느냐”고 강력 반발했다.
윤 변호사는 “한마디로 무법천지이고, 불법 수사를 자인하는 것”이라며 “국가기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공수처의 시녀로 위법 영장 집행에 나설 경우 경찰공무원들의 직권남용에도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경찰이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부터 완전히 이첩받을 경우 조사에 응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공수처법에는 경찰에 대한 영장 집행 지휘권이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영장 집행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건을 경찰과 검찰로부터 이첩 받고, 이제 와서 집행 업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로스쿨 교수는 “집행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하는데 자기들은 하기 싫으니 경찰에 미룬 것 아닌가”라며 “경찰 인력 등을 지원받아 집행할 생각을 해야지 경찰에 그냥 넘겨버리는 건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공수처 공문에 대해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체포영장 집행에 소극적이었던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하지도 않고 경찰에 집행 업무를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공수처는 별도 상의 절차도 없이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고 경찰도 인력을 보내는 식으로 지원했다. 당시 경찰 내부에선 영장 집행을 막는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공수처는 충돌 사태를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