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5일(현지시간) 비슷한 보수 우익 성향의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를 향해 “자질이 없다”며 공개 저격했다. 머스크는 미국 국내 정치뿐 아니라 유럽 등 세계 각국 정치에 감 놔라 배놔라식 논평을 이어가고 있다.
머스크는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개혁당은 새 대표가 필요하다. 패라지는 그만한 자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패라지 비판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머스크와 패라지는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회동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는 등 친분을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패라지는 영국의 대표적 반(反)유럽연합(EU), 반이민 성향의 정치인으로 ‘영국판 트럼프’라고 불린다. 머스크는 최근까지도 “오직 패라지의 당만이 영국을 구할 수 있다”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두 사람이 등을 돌리게 된 계기는 영국의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에 대한 상반된 평가 탓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로빈슨은 시리아 난민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어오다 지난해 말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머스크는 지난 2일 엑스에 “토미 로빈슨을 석방하라”는 글을 올리고 로빈슨을 옹호하는 글을 잇달아 게시했다. 하지만 패라지는 머스크의 게시물에 “놀라운 일이다. 일론은 멋진 사람이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로빈슨이 개혁당에 적합하지 않다는 내 견해는 여전하고 나는 내 원칙을 팔아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패라지는 로빈슨이 영국개혁당의 당원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는 최근 유럽의 정상들을 연이어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를 향해서는 왕립검찰청 청장을 지낼 때 아동 성 착취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다며 “스타머는 사임해야 한다. 국가적 수치”라고 비판했다. 새해 첫날부터 스타머 총리를 비판하는 글을 60여개나 올렸다.
머스크는 또 독일의 사회민주당(SPD) 소속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대해서는 “바보”라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를 표명하는 글을 독일 주간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숄츠 총리는 머스크의 연이은 도발에 “트롤(악플러)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며 “소셜미디어에는 짧은 슬로건으로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직격했다. 머스크는 한국의 계엄과 탄핵 사태에도 ‘와우(wow)’, ‘충격적’ 등의 촌평을 남기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