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공화당이 세금 감면과 불법 입국 차단 등 핵심 공약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메가 법안’ 추진에 힘을 실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여러 공약을 ‘원샷’으로 통과시켜 입법 속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이를 위해 강성 친(親)트럼프 의원들을 별도로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공화당이 트럼프 당선인의 의제를 한 번에 의회를 통과시키기 위해 감세, 지출 삭감, 국경 안보 등 최우선 입법 과제를 모두 하나의 큰 법안으로 통합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법안 패키지 추진을 ‘메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지칭하며 “각 법안은 그 자체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큰 패키지로 묶는 것은 워싱턴이 이전에 해온 방식과는 다르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주요 입법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기 위해 하원 상임위원회 위원장들과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 등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저택으로 초대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공약을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통과시키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세금 감면과 국경 정책 등을 하나로 묶은 ‘메가 법안’을 4월 말까지 최종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메가 법안’에 불법 이민자 추방에 필요한 예산 등 국경 안보 사항, 감세 연장 문제 부채한도 인상 또는 폐지, 연방정부 규제 축소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반발을 우회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예산 조정(Budget reconciliation)’ 절차를 활용할 계획이다. 예산조정 절차는 특정 예산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활용되는 입법 절차로 일반적 입법 절차와 달리 상원의 필리버스터를 우회할 수 있다. 공화당의 과반 의석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민주당의 극심한 반발은 불가피하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이다. 하원은 트럼프 행정부 합류를 앞둔 의원 두 명이 사퇴하면 보궐선거 때까지 공화 217석, 민주당 215석이 될 전망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애초 트럼프의 공약 중 중요도에 따라 단계적 처리를 선호해왔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은 남부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국경·이민 당국에 더 많은 자금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춘 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여러 법안을 묶을 경우 의원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원 예산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질적인 내용을 하나의 법안에 담기보다는 국경 안보 문제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존슨 의장 등은 신년 마러라고 회동에서 열띤 토론 끝에 메가 법안 추진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단일 법안 방식은 공화당의 서로 다른 계파를 통합하려는 시도이며, 거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의 균형을 찾기 위해 수개월의 섬세한 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폴리티코도 “여러 공화당원은 당 지도부와 트럼프가 하나의 대규모 패키지를 추진할 수도 있지만 추후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면 더 작은 법안으로 분리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