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 영국 유력 언론에서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주말판인 옵서버의 국제 담당 칼럼니스트 사이먼 티스달은 4일(현지시간) 논평에서 냉전기를 포함해 지난 70여년간 잠잠했던 한반도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변화의 원인은 한국의 불안이 커지는 데 있다. 그는 “이 문제(한반도 내 변화)가 세계에 중요한 이유는 핵무기다. 김정은은 수십년간의 국제 사회 제재에도 강력한 미사일과 핵무기 무기고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티스달은 트럼프 제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더 도발적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트럼프 제1기 행정부가 사용한 군사적 압박과 협상 유화책이 강해진 현재의 북한에 덜 효과적이며 오히려 더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런 상황과 트럼프의 동맹 경시 성향을 고려할 때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티스달은 “해외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싫어하는 트럼프의 성향도 1953년 구축된 미국 핵우산과 관련한 한국 내 논쟁을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가 서울을 구하기 위해 아마겟돈(선악이 싸울 최후의 전쟁터)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트럼프 아래에서 미국은 신뢰할 수 없는 동맹국이 될 수 있다. 이제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 억제력을 지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티스달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폐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는 북한이 일부 핵탄두를 계속 보유하는 것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정부에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면서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다른 인접국에서도 자체 핵무장 시도가 도미노처럼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강대국들이 다시 군비 통제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