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도 대상’ 31개월치 월급 한 번에…은행 희망퇴직↑

입력 2025-01-06 06:00 수정 2025-01-06 06:00

국내 주요 은행들의 올해 희망퇴직자 수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이익으로 퇴직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에 퇴직금 규모가 다소 축소됐지만, ‘인생 2막’ 설계를 서두르는 최근의 경향과 ‘파이어족’(조기 은퇴 희망자) 증가 등 직원들의 자발적 수요 증가로 신청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퇴직 대상이 40대 초반에 이어 30대 후반으로까지 확대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일 올해 희망퇴직자 541명을 확정했다. 지난해 234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5대 은행 중 가장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던 농협은행은 총 391명이 회사를 떠났다. 전년 372명 대비 20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마무리한 국민은행도 지난해(674명)와 비슷하거나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아직 희망퇴직 접수 중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신청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희망퇴직 조건을 낮추면서 급감했던 희망퇴직자가 올해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은행권은 이자 장사로 자신들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의식해 최대 기본급 35~36개월치를 지급하던 희망퇴직금 규모를 지난해부터 31개월로 낮췄었다. 이에 희망퇴직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1967명)가 전년 대비 약 21% 축소됐었다.

올해 희망퇴직 조건(특별퇴직 임금)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전년과 달리 신청자 수가 증가한 배경으로는 대상 범위 확대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좋은 조건에 조기 퇴직하려는 직원들의 자발적 수요 증가 추세가 반영됐다. 신한은행은 이번에 퇴직 신청 대상자를 기존 44세 이상에서 1986년생(38세)까지 넓혔다. 이번 퇴직자 중에도 30대 직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도 기존 1972년생까지에서 1974년생까지로 대상을 확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승진 적체가 심해진 데다 좋은 조건에 일찍 퇴직하자는 파이어족이 늘었다. 은행의 희망퇴직에 대한 비판도 많고 향후 상황 등을 고려하면 지금의 조건보다 더 나아지긴 어렵다는 판단에 ‘지금이 적기다’하고 나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대 은행의 1인당 평균 총 퇴직금은 5억4000만원이었다.

여기에 은행도 특별퇴직 임금 외에 재취업지원금 등을 늘리는 식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당장 비용은 들지만 중장기적 판매관리비 절감과 세대교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통·폐합 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공지능 도입이나 디지털 전환 등으로 필요 인력이 줄었다. 은행 입장에선 역피라미드 형태의 인력 구조 타개를 위해서도 희망퇴직 제도를 계속 운영할 것”이라며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중 임금피크제에 돌입하게 되는 행원도 많아지는 가운데 희망퇴직 수요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