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부진 패션업계…채용 80% 급감 전망

입력 2025-01-06 07:01
패션·의류업계가 내수 침체에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일 서울 한 의류 판매점 모습. 연합뉴스

경기 불황, 패션 양극화 현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의류·패션업계는 올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될 것이란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의류 구매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심리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분위기다.

5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섬산련)가 발표한 ‘2024년 섬유패션산업 직무별 인력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의류·패션 기업 249개사의 채용 계획은 지난해 채용인원(5049명)보다 70.6% 감소한 1483명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전년 2516명 대비 81% 줄어든 488명만 신입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경력 채용 규모 역시 2533명에서 995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패션기획과 물류관리 부문에선 신입, 경력 모두 채용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은 패션제품유통 파트에서도 신입을 고용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경영관리 인력은 가장 큰 폭으로 인원 감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총 1714명을 채용했는데, 이 중 654명은 신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546명만 채용 예정으로 249개 회사에서 신입은 단 13명만 뽑힐 전망이다.

패션업계가 인력 규모를 줄이는 이유는 업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사람들은 경기가 악화하면 의류 소비부터 줄이는 경향이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면 얼마든지 저렴한 옷으로 해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선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로 수요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도 관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의복 부문 소매판매액(불변)지수는 지난해 12월(-0.7%)부터 올해 10월(-2.7%)까지 11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예상하기 어려운 날씨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특히 지난해엔 기나긴 무더위의 영향으로 간절기 의류 판매가 부진했고, 겨울철 의류도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일각에선 날씨 변수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주요 패션 협력사 15개사와 한국패션산업협회, 현대백화점 패션 바이어로 구성된 20여명 규모의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본격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패션 대기업들은 일부 브랜드를 철수하거나 재정비하는 분위기다. 코오롱FnC는 최근 럭키마르쉐 영업을 종료한 데 이어 자체 브랜드인 남성복 프리커와 여성복 리멘터리의 운영을 중단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메종키츠네 골프 라인을 철수했고, LF는 랜덤골프클럽과 티피코시 사업을 종료했다. 패션업계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실적 회복에 나섰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심리가 최악으로 치달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채용감축에 이어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코오롱FnC는 지난해 12월 직원 50여명에게 권고사직 또는 직무 변경을 제안한 바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의류·패션업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등 영향도 크게 받는다”며 “단기간에 돌파구를 찾아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