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마음껏 울어요” 추모 예배와 ‘마음 돌봄’ 나선 한국교회

입력 2025-01-05 17:49
김준영 무안 대중교회 목사가 5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위한 주일 예배 설교를 하고 있다. 대중교회 제공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선포된 국가애도기간이 4일 종료됐다. 애도기간은 끝났지만 한국교회와 봉사 단체들은 여전히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추모하며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족은 물론 상처받은 성도들의 심리적 지원도 필요하다”며 “교회가 마음의 안전지대가 되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후 첫 주일인 5일 전남기독교총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 교회들은 전남 무안공항에서 유가족들을 위한 예배를 드렸다.

이날 주일예배는 무안공항 1층 야외에서 진행됐다. 봉사자들이 전날부터 유가족이 머무는 텐트에 전단을 돌리며 예배 준비 소식을 전했다. 설교를 맡은 김준영 무안 대중교회 목사는 성도 20여명과 함께 공항을 찾았다. 김 목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유가족 중에 기독교인들도 많은데 기도하고 싶지만 예배당까지 가기엔 경황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공항 예배를 마련했다”면서 “지역 작은 교회 목사님들도 오전 예배를 마치고 성도들과 함께 공항 예배를 드렸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이날 예배에서 천국의 소망과 남은 자들의 역할에 대해 설교했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일에 원망의 마음도 생길 수 있지만 결국 천국에서 만날 가족을 생각하며 힘을 내자”며 “훗날 만날 가족에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보람 있는 인생을 살 것”을 강조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도 대전기독교연합 소속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예배가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 임재근

전날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도 대전기독교연합 소속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예배가 열렸다. 이날 2000여명의 시민들은 검은 옷을 입고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며 애도의 마음을 표현했다. 목회자들 인도에 시민들도 함께 두 손을 모으고 유가족들에게 하나님의 평강과 위로가 함께하며 이 땅에 정의와 희망이 가득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추모 기도에 나선 전남식 꿈이있는교회 담임목사는 “서로 손을 맞잡고 변화를 이루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며 “슬픔 속에서 헤매는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우리가 모두 함께 슬퍼하되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오는 12일 주일을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추모 주일’로 정하고 교단 소속 교회들이 함께 공동 기도문과 추모 설교를 나누며 희생자 추모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 차원의 공식 애도가 끝났더라도 교회의 위로는 이어가기 위함이다.

참사의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심리적 외상을 겪고 있어 마음을 돌보는 교회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상억 장로회신학대 목회상담학 교수는 “애도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마음의 애도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사고와 참사로 죽음이 더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여전히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힘들거나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이 기억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마음속에 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불안한 마음으로 드러날 수 있으며 이러한 불안은 다른 질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기존의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가 더해져 다양한 심리적 불안과 결핍으로 나타나며, 결국 복합 외상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초래하게 됩니다.”


실제로 목회 현장에서 만난 목회자들은 재난 이후 성도들 사이에서 심리적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서울의 한 중대형 교회에서 교구 사역을 맡고 있는 김정현 부목사는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한밤중에 깨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한다는 성도부터, 사고 이후 회사에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성경 말씀을 읽어도 쉽게 위로를 느끼지 못한다는 성도들까지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정서적 공감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전국민 마음 투자 지원사업 등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교회 안에서 전문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지역사회와 연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성도 개개인이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공동체와의 연대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교회는 국가적 재난 앞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위로를 제공하며 마음을 치유하고 돌볼 수 있는 공동체적 강점을 발휘해 ‘안전지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계는 국가적 재난 앞에서 상담 사역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성도들의 마음 돌봄을 위한 사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교회상담사역네트워크는 부산수영로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지구촌교회 영락교회 소망교회 등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상담 사역자들이 모여 발족식을 열었다. 이를 통해 상담 사역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기독상담센터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교회상담사역네트워크 총무 김창환 목사는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성도들이 느끼는 불안과 상처를 교회가 외면하지 않고, 상담과 돌봄을 통해 치유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성도들의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위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며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