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온누리상품권 플랫폼 두고 벌어진 ‘진실게임’…소상공인 “불안”

입력 2025-01-06 07:00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 매장의 모습. 윤웅 기자

소상공인을 위한 온누리상품권의 플랫폼 사업을 두고 민간 기업과 한국조폐공사가 때아닌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의 기존 사업자인 핀테크 소프트웨어(SW) 업체 비즈플레이는 신규 사업자인 조폐공사가 플랫폼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폐공사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발행 금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전국 상품권을 놓고 갈등이 빚어진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결제 대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비즈플레이는 조폐공사가 오는 3월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을 정상 개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8월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이 발주한 모바일·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사업 입찰에서 운영자로 최종 선정됐다. 기존 모바일 사업을 담당한 비즈플레이도 입찰에 참여했으나, 변경된 최저 투찰 비율을 반영하지 않아 탈락했다.

당초 통합 플랫폼은 이달 1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폐공사는 플랫폼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며 비즈플레이에 2월 말까지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비즈플레이 측은 사업 이관 과정에서 조폐공사의 플랫폼 운영 능력을 의심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비즈플레이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폐공사는 ‘이관 스펙(다른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이관할 때 필요한 항목)’마저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플레이는 이관 후 플랫폼 사전 운영 테스트에 약 3개월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즈플레이 모회사 웹케시의 석창규 회장이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웹케시 제공

비즈플레이는 또 일부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의 서비스 중단 전 고지가 늦었다는 점, 관련 정책 300여건이 통합 플랫폼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일례로 소진공은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의 ‘선물하기’ 기능이 10일까지만 가능하다는 점을 서비스 중단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알렸다.

반면 조폐공사는 3월부터 통합 플랫폼 운영이 가능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조폐공사는 “정상 오픈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지역사랑상품권 통합관리시스템 및 디지털 상품권 플랫폼 이관 관련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폐공사는 플랫폼 테스트와 관련해서는 “현재 1차 테스트를 완료했고, 다음 달 데이터 이관 후 최종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주처인 소진공은 플랫폼 개시 시점이 늦어진 것에 대해 “비즈플레이와 조폐공사 간 이관 작업에서 의견차, 이관 데이터 검증 중 오류로 일정이 지연됐으나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정책 데이터는 이달 중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공사 관계자는 “비즈플레이가 계속 사업을 영위하고 싶어서 여론 형성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규 사업자인 조폐공사를 흠집 내 재입찰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비즈플레이 모회사 웹케시의 석창규 회장은 “우리는 3년 전 서울페이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당시에도 사업자 변경으로 2개월 (계약) 연장이 됐고, 결제 대란이 6개월간 지속됐다”고 말했다. 서울페이 결제 대란은 지난 2022년 기존 운영사가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비즈플레이에서 신한컨소시엄으로 바뀌면서 데이터 이관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일이다.

일각에선 민간 기업과 공기업의 사업 영역이 겹치면서 불거진 갈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폐공사는 코로나19 당시 여권 발급 등이 크게 감소하면서 경영이 악화한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 업체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담당하던 영역을 공기업이 침범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설 대목을 앞두고 온누리상품권 관련 잡음이 나오자 불안해하고 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구매 및 사용에 차질이 생긴다면 전통시장뿐 아니라 골목형 상점 등 전체 소상공인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이란 중소벤처기업부, 소진공이 발행하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전용 상품권으로 모바일형·카드형·지류형으로 나뉜다. 상품권 구매 시 10%의 할인이 적용된다. 올해 정부는 소상공인 매출 확대를 위해 온누리상품권 5조50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설 명절을 맞아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할인율은 15%로 일시적으로 상향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