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늘기 전에” 강남 3구, 작년말 아파트 증여 대폭증가

입력 2025-01-05 15:50
연합뉴스

대출규제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의 아파트 증여 비중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의 증여가 급증했다. 최근 초고가 아파트 등에 대한 증여세 감정평가 과세가 확대된 가운데 지난해 9월 이후 아파트값이 주춤한 틈을 타 증여 움직임이 활발했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아파트 거래원인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과 11월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6765건)에서 증여 비중은 각 14.4%(1000건), 13.6%(917건)로 나타났다. 2022년 12월(29.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7월(2.3%), 8월(9.0%), 9월(4.9%)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높고, 2023년 10월(7.9%)과 11월(7.2%)보다도 약 2배 가까이 비중이 크다. 전국 기준으로 지난해 10월과 11월 증여 비중은 각각 5.8%, 5.5%로 서울보다 밑돌았다.

특히 강남 3구의 증여가 월등히 많았다. 서울 아파트 전체 증여 중 강남 3구의 비중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62.5%, 65%를 차지했다.

구별로는 서초구는 지난해 10월 전체 거래(776건) 중 증여 비중이 55.0%(427건)에 달했고, 11월도 40%였다. 강남구는 9월 거래 아파트의 7.7%가 증여였으나 10월과 11월 들어 각각 20.0%, 14.5%로 비중이 확대됐다. 송파구는 9월 1.4%에 그쳤던 증여 비중이 10월 17.0%, 11월에는 36.0%로 급증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지의 증여 비중이 10월과 11월에 2~5%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2022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에는 보유세 부담이 비교적 높은 시기였다.

하지만 2023년부터 정부가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을 시가 인정액(매매사례가액·감정평가액·경매 및 공매 금액)으로 바꾸면서 증여 비중도 줄었다. 시가 인정액이 종전 기준이던 시가표준액(공시가격)보다 높아 증여 취득세 부담이 커졌다. 또 윤석열정부 들어 보유세 부담도 줄면서 증여 비중도 줄었다.

그러다 국세청이 초고가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의 증여세 산정에 감정평가 방식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4분기 들어 증여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상속 및 증여재산은 시가로 평가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거래가 적고 비교 대상이 적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우면 예외적으로 공시가격 및 기준시가 등을 허용한다. 서울 일부 초고가 아파트나 호화 단독주택이 주로 해당한다. 그러나 이 경우 초고가 아파트가 중형 아파트보다 증여세가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국세청은 올해부터 관련 예산을 확대해 ‘꼬마빌딩’ 등 사업용 부동산처럼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단독주택 등에 대해서도 감정평가 과세를 확대키로 했다. 선정기준도 올해부터 신고가액이 추정 시가보다 5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의 비율이 10% 이상이면 감정평가를 하도록 했다. 종전에는 신고가액이 국세청이 산정한 추정 시가보다 10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의 비율이 10% 이상이면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이후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거래량이 감소하고, 실거래가 하락 단지들이 늘어나는 등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증여 거래를 서둘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