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신앙인’ 지미 카터 전 美대통령 유해 마지막 여정 떠나

입력 2025-01-05 15:25 수정 2025-01-05 16:09
지미 카터 전 대통령(가운데)이 미국 조지아주 플레인스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향년 100세 일기로 소천한 지미 카터(1924~2024) 전 미국 39대 대통령의 유해가 자신의 고향 마을을 시작으로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카터 전 대통령은 정치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아가페(자기희생적 사랑)를 구현하기 위해 힘쓴 인물로 회자되고 있다.

4일(현지시각) AP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 장례식 일정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시작됐다. 식은 엿새에 걸쳐 진행된다.

카터 전 대통령 시신은 조지아주 아메리커스 소재 병원에서부터 출발해 고향 마을인 플레인스와 유년을 보냈던 집, 농장을 거쳐 애틀랜타로 운구됐다.

조문을 위해 유체는 미 동부 시각 기준으로 오는 7일 새벽 6시까지 카터 센터에 안치된다. 이어 항공을 통해 워싱턴DC로 운구된 뒤 의회 의사당 중앙홀에 임시로 안치돼 7일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8일 아침 7시부터 24시간 동안 일반 조문이 진행될 계획이다. 국가 장례식은 오는 9일 오전 10시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된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유해가 실린 운구차가 4일(현지시간) 그의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를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1924년생인 카터 전 대통령은 평화와 인권 활동으로 ‘가장 훌륭한 전직 대통령’이란 평가를 넘어 신앙심이 깊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11세에 조지아주 한 남부침례교회에서 세례를 받았고 1958년에는 집사로 임명됐다.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는 50여년을 주일학교 교사로서 다음세대를 양육하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신앙은 그가 펴낸 저서에서 물씬 묻어난다. 그는 2018년 펴낸 ‘믿음: 모든 것을 향한 여정(Faith: A Journey For All)’에서 자신이 평생 배운 교훈을 공유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사람은 완전한 아가페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가 사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은 단순한 정의를 제정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기복적인 신앙과 관련해 카터 전 대통령은 “하나님은 나의 개인적인 하인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는 이어 “하나님은 내 삶을 보호해 주시거나, 곤경으로부터 지켜 주시거나, 개인적인 욕망을 충족시켜 주시거나, 성공을 보장해 주시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하나님은 기도를 통해 제게 위로와 확신과 만족과 용기와 희망과 평안을 주신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취임식 때 인용한 성경 구절을 보면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가치를 어렴풋이 짐작게 한다. “오로지 공의를 실천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 6:8, 새번역)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