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2 황동혁 감독이 마약 투약으로 물의를 빚었던 그룹 ‘빅뱅’ 출신 탑(37·본명 최승현)을 극 중 타노스 역으로 캐스팅한 배경을 밝혔다.
황 감독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된 이후 첫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의 상당한 시간을 탑에 대한 이야기로 채웠다. 탑은 극 중에서 마약 중독자이자 은퇴한 래퍼 타노스 역을 맡았다. 대마초 전과가 있는 탑이 해당 역에 낙점됐다는 소식은 오징어 게임 2가 공개되기 전부터 큰 논란이 됐다. 공개 후에는 탑의 과장된 표정 연기와 불안정한 발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황 감독은 “승현씨를 염두에 두고 쓴 캐릭터는 아니다”라며 “인터넷 도박, 암호화폐 열풍, 마약 등의 사회문제를 다룰 ‘MZ 그룹’을 만들고 싶었는데 오랫동안 진행한 오디션에서 제 기준으로는 만족할 만한 친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부가 가져온 리스트에 승현씨 이름이 있더라. 오래 쉰 친구이기고 하고 자신과 비슷하게 닮아 있는 역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래 고민을 하더니 ‘한번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발탁 배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즌3까지 마약으로 파멸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친구가 연기하면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다만 “이렇게까지 용서를 받지 못할 줄은 몰랐다”며 “반응이 나왔을 때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연예인이 마약 후 복귀하는 걸 봐왔고 ‘결과를 보고 판단해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오자마자 (혹평이 쏟아져) 뭔가 더 잘못한 게 있나 찾아보기도 했다”며 “(탑이) 팬들과 설전을 벌이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걸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황 감독은 “그때 ‘사람들이 너무 싫어하니까 안 되겠어’라고 할 수 없었다”며 “세상에 내놓고 ‘네가 용서받을 수 있는지 평가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탑의 연기력 논란에 대해서는 “시즌1 때도 만화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의도된 캐릭터였고 해외에서는 사랑을 받았다”며 “한국에서는 진지한 연기를 더 인정해준다. 그래서 이렇게 과장된 캐릭터에 대한 불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고 설명했다. 또 “타노스는 항상 자신에게 취해 있고, 마약 때문에 항상 ‘하이 텐션’으로 올라가 있는 캐릭터”라며 “개인적으로는 제 의도에 맞춰 (탑이)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인맥 캐스팅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시즌2에는 배우 이병헌, 박성훈, 이진욱 등 BH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시즌1의 정호연처럼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도 줄었다. 황 감독은 “알려진 배우들이 많이 오디션에 참가했고 경쟁에서 이겼다. 모든 캐스팅 원칙은 연기력이고 그다음은 외모 적합도”라며 “새로운 인물을 발견하는데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미투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 오달수(56)와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송영창(66)을 발탁한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복귀시키려 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황 감독은 “오달수 선배는 쉬는 시간을 거쳐 ‘베테랑2’를 했다. ‘박선장’ 역에도 잘 어울렸다. 송영창 선배는 ‘남한산성’을 같이 했다”며 “이미 많은 작품에 나왔고 그런 문제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작비 약 1000억원을 투입하며 큰 기대 속에서 출발한 것과 달리 초반부가 지루하다는 혹평도 있었다. 내년 상반기 공개 예정인 시즌3을 노리고 일부러 회차를 늘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황 감독은 “각자의 기대가 있지 않겠나”라며 “시즌1은 아예 기대가 없었던 작품이라서 빵 터졌고 시즌2는 어느 편마다 실망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3에서) ‘절망의 끝엔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결말은 처음부터 하나”라며 “개인적으로 시즌3를 제일 좋아한다. 마음의 각오를 하고 보는 게 좋다. 인간의 바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