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 업고 트럼프 만나면 중국에 최악”

입력 2025-01-05 10:47 수정 2025-01-05 12:13

북한과 중국이 2024년을 ‘조·중(북·중) 우호의 해’로 삼았지만, 양측은 싸늘한 이상기류 속에 해를 넘겼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올해가 북·중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도 성공한다면 중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중 우호의 해와 관련한 보도가 없는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러시아에는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은 본인들의 영향력 아래에 북한을 쥐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신냉전’을 언급하는 등 미국과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본인들의 영향력 안에 북한을 두고 동북아시아에서 힘을 발휘하고 싶었지만 북한이 이를 헤집어놨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중국은 그간 불편한 심기를 여러 번 드러냈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러시아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갔으니 중국은 ‘닭 쫓던 개’가 된 모양새”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으로서도 러시아와 협력을 이어가는 중에 중국의 견제가 내심 불편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해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으면서 중국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과거에는 북·중이 유일한 동맹이었지만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북한은 중국과 대등한 국가가 됐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 인터넷 홈페이지에 지난해까지 있던 ‘조·중 친선의 해’라는 배너를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조·러(북·러) 친선관계’라는 문구로 교체했다. 지난 2일까지 이어진 노동신문의 연하장 관련 보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조차 넣지 않았으며 시 주석의 연하장 소식을 다른 국가 수반과 함께 보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연하장이 2일 노동신문 1면에 배치된 것과 대조적이다.


양측의 관계는 당분간 악화 추세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행보에 따라 북·중 관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중국 배제 기류가 뚜렷해질 수 있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면 중국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서 미국은 중국을 때리고 김정은이 푸틴과 밀착하는 행보가 이어지면 중국으로서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북·중이 서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보여왔던 점을 고려하면 언제든 관계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 주 교수는 “중국은 어느 정도 북한의 입장을 이해할 것”이라며 “북한도 관광, 무역 등 중국을 내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