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럽의 새 ‘절친’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또 만난다

입력 2025-01-05 09:24 수정 2025-01-05 14:48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난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 정상 중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친밀한 정상으로 급부상하며 미국과 유럽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취임 전이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 국가의 정상을 연이어 만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연합뉴스

CNN 등 미국 언론은 이날 오후 트럼프 당선인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저택에서 멜로니 총리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 스티븐 청 대변인은 “회담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겠다”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역사적 승리 이후 세계 지도자들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달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 재개관식 당시 면담한 장면. 멜로니 총리 X

트럼프와 멜로니의 만남은 벌써 두 번째다. 두 사람은 지난달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 당시 공식 만찬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후 언론인터뷰에서 멜로니와 같은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너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또 “그녀(멜로니)는 환상적이다”라며 “환상적인 지도자이자 인간”이라고 말했다.

2022년 집권한 멜로니는 강경 우파 성향의 총리로 이탈리아에서 지지도가 높다. 반(反)이민과 반동성애 등 보수적 정책으로 트럼프와 결이 맞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대중적 인기도 높다. 멜로니는 다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트럼프와 달리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혀왔다.

멜로니는 특히 머스크와 절친한 관계로 알려지면서 트럼프와 인간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유럽 정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머스크는 2023년 6월 이탈리아를 방문해 멜로니와 한 시간 넘게 회동했다. 약 6개월 만인 그해 12월에도 멜로니의 초청으로 이탈리아 우파 정당의 연례 정치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2022년 10월 오랜 동거인과 결별한 멜로니는 공식 석상에서 머스크와 다정한 모습을 연출해 ‘염문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취임 이후엔 이탈리아가 국내 정치로 혼란스러운 프랑스와 독일을 제치고 유럽의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멜로니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축은 이탈리아를 통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정부 불신임안이 통과하면서 미셸 바르니에 내각이 해산됐다. 독일도 연방의회가 올라프 숄츠 총리를 불신임하면서 올해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 유럽 양대 강대국이 국내 정치로 휘청이는 사이, 이탈리아와 멜로니 총리가 유럽의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이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아직 공식 취임 전이지만 보편 관세 공약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 시급한 현안에 직면한 각국 정상들이 앞다투어 트럼프의 사저 마러라고로 몰려들고 있다. 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우익 포퓰리스트 성향의 정상들도 트럼프와 회동했다.

한·중·일 등 동북아 정상 중에는 아직 트럼프를 만난 정상이 없다. 트럼프 취임 전 조기면담을 추진했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트럼프 취임 뒤인 다음달에 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취임식에도 초청했지만 시 주석은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차례 통화했지만 이후 공개 석상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