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 확률을 거짓으로 표기하거나 미표시하면 게임사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제도가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그동안 확률 거짓 표시에 대한 증명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었던 탓에 게이머들은 해당 제도를 크게 반기는 모습이지만, 게임사는 거세지는 규제 수위에 시름이 깊어진다는 반응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거짓 표기 등에 대해 게임사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법률 공포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을 면밀히 살펴보면 확률 거짓 표시의 고의·과실이 없다는 사실을 게임사가 증명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게임사의 고의에 의한 이용자 손해는 3배까지 징벌적으로 배상하도록 명시했다.
이용자는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게이머들은 게임사의 확률 조작에 대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조항이 없고 손해배상을 받으려 해도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어 여러 불편을 겪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아이템 확률 거짓 표기에 대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고 게이머들은 입을 모은다.
이철우 한국이용자협회장은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실제 게임 이용자들이 겪었던 확률 조작 사안에 대한 대응을 떠올려보면 손해액의 규모보다는 손해 자체를 입증하는 것이 게임사와 사용자 간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3배의 최대 배상액은 어떠한 예방적, 선언적 효과로 기능하는 정도일 것 같다. 실제 피해 구제에서는 입증책임의 전환이 게임 이용자의 권리 구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입법을 통해 단순 사람의 실수나 버그 등이 아닌 게임사의 고의에 의한 확률 조작 행위나 과실에 대한 확률 오표기는 처벌 대상이 됐다. 이 협회장은 “실제 법을 잘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는 게임사에 대해서는 영업에 크게 방해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산업의 근간이 되는 이용자 신뢰 형성으로 게임 산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게임사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진흥책 없이 규제로만 더욱 옭죈다”며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최근 업계에선 ‘배틀 패스’ ‘월정액’ 등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수익 모델(BM) 의존도를 낮추는 추세라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몇 년간 규제만 첩첩산중 가중되고 있는데, 이번에 ‘징벌’의 명문화는 말 그대로 벌을 주는 행위다 보니 진흥에 목마른 게임사 입장에서 되려 부담만 커지고 핍박받는 느낌”이라면서 “요근래 국내 게임사의 BM은 대체로 시즌 패스나 패키지 등 글로벌 스텐다드에 맞춰 변해가고 있는데, 이 제도가 실효성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법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게이머의 신뢰를 중요시하는 게임사가 자그마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고의로 변경하는 일은 단연코 없을 거다. 대부분 고의 아닌 실수”라면서 “현실적으로 업계 상황을 고려한다면 ‘먹튀’ 행동을 일삼는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해소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