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보잉737 기종 운영 매뉴얼 일부가 손으로 마구 뜯어낸 듯 구겨진 채 발견돼 급박했던 사고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사고가 난 여객기 파편 주변에서 해당 기체에서 수치가 빼곡하게 기록된 보잉737 운영 매뉴얼 서너 장이 발견됐다고 2일 MBN이 보도했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해당 기체에서 튕겨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QRH(Quick Reference Handbook)로도 불리는 이 항공기 매뉴얼은 20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설명서로, 보통 기체마다 기장석과 부기장석에 각 1권씩 2권이 비치된다.
보도에 따르면 발견된 매뉴얼 페이지에는 보잉 737-800 기종이 랜딩기어를 내린 상태에서 최소 동력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적혀 있다. 일부 페이지에는 물 위에 비상착륙하기 위한 ‘수면 불시착’ 절차 관련 내용도 담겼다.
페이지에는 의도적으로 뜯어낸 것으로 보이는 자국도 남아 있었다. 전문가들은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진 상태에서 기체를 착륙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이라고 추정했다.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장이) 부기장한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보자, 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며 매뉴얼을 꺼낸 것 같다”고 매체에 말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다 펼쳐놓고 볼 수 없으니 필요한 부분만 급하게 뜯어서 (수치를) 계산하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참사 당시 여객기 앞부분 조종석에서 누군가 손을 뻗고 있는 듯한 실루엣이 담긴 캡처 사진이 퍼져 이목을 모으기도 했다. 사고 직전 기장이 비행기 콕핏(조정석) 유리창 안쪽으로 팔을 뻗어 머리 위쪽 패널을 만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다만 사진 속 실루엣이 기장이 맞는지, 실제 콕핏 패널에 손을 뻗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엔진이 양쪽 다 정지돼 유압이 발생되지 않으면 조종간도 케이블에 의한 수동조작을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엄청난 힘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장과 부기장이 둘 다 조종간을 같이 잡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블랙박스인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한 2시간 분량의 음성기록 자료를 음성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날 완료했다. 비행기록장치(FDR)과 함께 미국으로 이송해 분석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