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불안정한 국내외 상황으로 불안과 슬픔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맞은 국가적 재난은 ‘집단 우울감’도 가져왔다. 이런 가운데 ‘예수만이 이 세상의 소망’(롬 15:12)이라 믿는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새해를 맞아 우리 사회를 위한 중보기도 방법을 안내하는 신간 두 권을 소개한다.
사회 속 죄악을 내 죄처럼
“불안과 두려움에 잠식된 사회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참된 소망을 찾는 것입니다.”
‘다니엘 21일 금식기도’의 저자 김다위 선한목자교회 목사가 “작금의 상황 가운데 기독교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금식 기도”라고 강조하며 한 말이다. 저자는 2023년 연말과 지난해 연초에 전 교인 금식 기도회를 두 차례 연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집필했다. 2025년을 맞은 지금도 그는 한국교회에 금식 기도가 긴요하다고 말한다. “스마트폰과 게임·음란 중독에 빠진 다음세대, 깨진 가정 등 영적으로 무너진 이들이 상당한”데다 한반도를 포함한 지구촌 분쟁 상황이 여전히 악화 일로를 걸어서다.
성경엔 에스더와 느헤미야 등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금식한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이중 저자가 주목한 인물은 다니엘이다. 그는 성경 속 다니엘의 금식 기도 생활에서 6가지 원리를 발견한다. 이들 원리의 영문 앞글자를 딴 일명 ‘프레어(P.R.A.Y.E.R) 기도’다.
‘간절히 간구하라’ ‘하나님 뜻에 맞춰 기도하라’ ‘감사하며 기도하라’ 등으로 구성된 이 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국가적인 죄를 회개하라”는 것이다. 다니엘은 선대와 지도자가 범한 죄를 자신을 비롯한 현세대가 저지른 것처럼 회개했다.(단 9:4~9) 미국 남북전쟁 당시 ‘국가 금식기도의 날’을 선포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도 “지금의 참화는 ‘우리의 교만한 죄’로 인한 형벌”이라며 현세대의 회개를 촉구했다. 저자의 말이다. “영적 폐허인 현 상황에 ‘내 책임은 없다’고 말하지 말라. ‘내가 기도하지 못했다’ ‘우리가 죄를 범했다’고 고백하라.”
금식 기도 시 활용할 수 있는 묵상 글과 관련 정보 등도 비중 있게 실렸다. “하나님께는 그 어떤 상황도 완전히 절망적이지 않기에 금식 기도를 시작하기에 늦은 시점이란 없다”는 저자의 말은 나라를 위해 걱정하는 수많은 이들의 금식 기도 의지를 북돋을 것이다.
심오한 사랑의 행위, 중보기도
‘기도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복있는사람) 저자 역시 교회에서 전 성도를 대상으로 기도 운동을 이끈 목회자다. 미국 오리건주 브리지타운교회 담임이자 국제 초교파 기도운동 ‘24-7 기도’ 미국 대표인 그는 ‘중보기도’(仲保祈禱)를 “아주 심오한 사랑의 행위”로 정의한다. “중보기도는 타인의 욕망과 필요, 상황을 돌아보는 의지적이고 의도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적잖은 신학자들 역시 중보기도의 능력과 그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스위스 신학자 칼 바르트는 “기도로 손을 맞잡는 행위는 세상의 무질서에 맞서는 봉기의 시작”이라고 봤다. 미국 성서학자인 월터 윙크는 “역사는 믿음으로 미래를 만드는 중보기도자의 것”이라고도 선언한다. 즉 중보기도가 “무질서한 세상 속 하나님의 자원을 분배”하는 일종의 권력 분담 수단이라는 것이다.
‘전지전능한 존재인 하나님에게 굳이 인간의 조언이 필요할까’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한 목적이 ‘창조세계 공동 관리자’(창 1:26)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하늘이 땅에 임하게 하는 하나님을 꿈꾸지만 주님은 천국을 함께 나눌, 기도하는 사람을 꿈꾼다.”
저자는 모세와 다윗, 불의한 재판관 비유에 등장하는 과부(눅 18:1~8) 등 다양한 성경 인물의 기도를 책에 소개하며 이들을 따라 기도해볼 것을 권한다. “어떤 방식이든 좋다. 할 수 있는 대로 기도하라” “세계 기아 종식 같은 큰일뿐 아니라 저녁 식사 메뉴 같은 사소한 일을 위해서도 기도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기도, 특히 중보기도를 어렵게만 느끼던 이들에게 도전할 용기를 줄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