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추운 겨울 보낼 작은 이들 위해’ 이 꽃집의 선행

입력 2025-01-02 14:47 수정 2025-01-02 16:53
유승현 목사의 아내가 운영하는 꽃집 전경. 유승현 목사 제공

한국교회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자립교회가 매서운 겨울 추위 속에서 생존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 및 선교지 탐방 유튜브 채널 유목민 이야기를 운영하는 유승현 목사(40)가 작은 교회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밝히는 뜻깊은 나눔을 실천했다. 유 목사는 이번 겨울 16곳의 미자립교회에 난방비를 지원하며 혹한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 사역은 유 목사의 아내가 운영하는 꽃 가게에서 비롯된 깨달음에서 시작됐다. 지난 2024년 3월, 미국 교회와 선교지를 탐방한 뒤 귀국한 유 목사 부부는 송도국제도시에서 꽃 가게‘꽃을든히포’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겨울철 매장의 꽃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했고, 추운 환경에서 일하는 아내를 보며 유 목사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미자립교회들이 떠올랐다.

유 목사는 “강추위 속에서 손님이 거의 없는 날, 아내가 10시간 넘게 떨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작은 교회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목회자 자녀로 자라며 개척교회들이 겪는 겨울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이번 난방비 지원 이벤트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난방비 지원 대상은 유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유목민이야기 채널과 SNS를 통해 신청받았다. 교단 소속이 명확하고 성도 수 30명 이하인 교회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었으며, 추첨을 통해 선정했다. 당초 10곳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후원자들의 참여로 지원 대상이 16곳으로 늘어났다. 후원에는 유 목사가 사역했던 이전 교회의 장로,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사촌 등 다양한 이들이 동참했다.


유 목사는 2일 당첨된 교회 목회자들에게 연락해 계좌 정보를 취합했고 1월과 2월 두 달간 매월 10만 원씩 지원금을 송금하기로 약속했다. 난방비 지원 소식을 받은 교회들로부터 감사 메시지가 이어졌다. 한세현(35) 도곡교회 목사는 “시골 마을의 작은 교회로 매년 겨울마다 난방비로 고민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귀한 나눔이 거름이 돼 우리도 도움을 받는 교회에서 도움을 주는 교회로 변하는 열매가 맺어지기를 꿈꾼다”고 전했다.

유 목사는 이번 난방비 지원 사역이 나눔의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가정의 달에도 아내의 꽃집에서 제작한 프리저브드 꽃 항아리와 손편지를 신청자의 가족에게 전달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유 목사는 이번 사역을 통해 나눔의 선한 영향력이 확산되길 기대하며 한국교회와 동역하며 따뜻한 후원 사역을 이어갈 계획이다. 유 목사는 “경제는 성장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작은 미자립교회들이 더욱 힘든 겨울을 보내는 것 같다”며 “작은 나눔이지만 이러한 소식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더 많은 이야기가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