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부터 나흘 연속 무안국제공항을 찾았다. 유가족을 위로하고 요청사항을 청취하는 목적이다. 일부 유가족은 시신 수습 등 사고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 대표에게 직접 성토했다.
이 대표는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전남 무안으로 내려가 2박3일간 광주·전남 지역에서 머물렀다. 이 기간 매일 무안공항을 찾았다. 31일 오전에도 무안공항에 들렀다가 상경해 오후 국회 본회의 등 일정을 소화한 뒤 다시 무안으로 갔다. 1일엔 광주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헌화하고서 무안공항으로 가 유가족을 만났다.
이 대표는 수첩과 펜을 가지고 다니며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듣고 메모했다. 희생자의 삼촌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바쁘실 테지만 1분만 시간을 내 달라”며 이 대표를 붙잡고 현장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주거나 토닥이며 위로했다. 울음을 터뜨린 이에겐 손수건을 건네거나 덩달아 눈물을 보였다.
울분을 쏟아낸 유가족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방문 당시 한 유가족은 이 대표 면전에서 “인사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면서 TV에 광고만 하고 가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 관계자가 다가서며 그를 제지하려 하자 이 대표는 “놔둬, 놔둬. 놔두세요”라며 만류했다.
유가족은 “국회의원들 정말 못됐다. 왔다 갔다 보도하고 TV 광고 내고 그게 전부잖나. 뭘 준비했나. 냉동탑차도 전국에서 5시간이면 다 오는데 (그조차 안 됐다). 지금 시체도 못 찾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오지 마세요! 구경하러 와요? 대책 안 세워 주잖아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관계자가 말을 막으려 하자 이 대표는 다시 “놔두세요. 하실 말씀 다 하세요”라며 마저 얘기를 들었다.
정치인의 참사 현장 방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무안공항을 직접 찾은 바 있다. 위로를 하면서 유족의 요청을 직접 청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반면 대규모 수행 인원 등을 대동한 과도한 방문이 현장을 어수선하게 만들 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더 긴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권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무안공항을 방문했는데 30일 방문 당시 유가족의 항의를 들었다. 입장 발표를 하는 권 원내대표를 향해 한 유가족은 “너희한테 국민이 있긴 하냐. 할 말 있으면 해 보라”고 성토했다. 권 원내대표는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태 수습과 진상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