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아슬아슬하던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선교사들은 물론이고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선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요동치는 환율을 매일 확인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교비는 달러로 환전한 뒤 선교사에게 송금하기 때문에 ‘고환율 직격탄’을 피할 길이 없다.
주요 교단 선교부가 정한 한 달 선교비 기준인 200만원을 2023년 평균 환율인 1305원으로 환전하면 1531.86달러지만 현재 환율(1470원)로 환전할 경우 1360.54달러로 171.32달러가 사라진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간 2000달러 이상의 선교비가 증발하는 셈이다.
종잣돈까지 탈탈 털고 있다
30여년간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A선교사는 매달 80여명의 현지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A선교사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대학생에겐 기숙사 비용을, 고등학생은 학비와 생활용품 등을 지원하는데 현재 무척 어렵다”고 토로했다.
고환율로 인한 손실액은 개인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A선교사는 “후원자가 환율에 민감하지 않다보니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개인 재정까지 털어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태국의 B선교사는 “요즘 선교지엔선 온통 환율 이야기뿐”이라며 “후원금을 아껴 쓰고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 지난해와 비교해 후원금을 매달 30~40만원가량 덜 받는 것 같은데 후원자나 파송교회에는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선교 후원금을 원화가 아니라 달러 기준으로 책정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원화 대신 달러로 선교비를 책정한 교회도 있다.
대구동신교회(문대원 목사)는 2023년부터 1달러에 1200원을 기준으로 선교비를 달러로 지원하고 있다. 환율 변동이 있으면 해가 바뀐 뒤 전년도 평균 환율을 확인해 환차손만큼 보전도 해준다. 문대원 목사는 "선교사들이 환율에 따른 어려움이 있을 때 염려하지 않고 사역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교 후원금은 원화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게 현실이다.
선교부의 위기 대책 수립도 요구된다. 총회세계선교회(GMS)는 갑작스러운 환율 폭등 상황을 대비해 선교사들이 원하면 무이자로 선교비를 빌려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비용 선교 지양 계기 삼자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은 선교지 생태계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33년 동안 태국에서 사역했던 강 사무총장은 “차제에 선교 생태계를 변화시켜 저비용 선교 문화를 정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인 목회자에게 매달 사례비를 주는 등 돈을 쓰는 사역을 지양하라”면서 “현지인 목회자 훈련은 선교사가 담당하고 훈련 비용은 현지교회가 부담하는 식의 협력 사역으로 전환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김아영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