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결국..정부 1%대 저성장 공식화

입력 2025-01-02 10:50 수정 2025-01-02 12:53

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면서 저성장 고착화 경고등이 켜졌다. 불과 6개월여 전 2% 초반대를 예측했던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점이 특징이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출 축소 우려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부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당시 전망한 2.2%에서 0.4% 포인트를 낮췄다. 한국은행(1.9%) 한국개발연구원(2.0%)은 물론 국제통화기금(2.0%) 경제협력개발기구(2.1%)의 전망치보다도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국내외 기관보다 더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배경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자리한다. 국내적으로는 계엄 발동과 연이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혼란이 돌출됐다. 단기적으로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월평균 기준 1395원으로 1400원을 하회했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 사태 이후 1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급락하며 내수에 찬바람을 예고한 상태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국내 변수도 문제지만 대외 변수 영향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 때만 해도 고물가 고금리 완화로 대외 여건이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후 정세가 급변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정책 전환’을 중요 변수로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을 ‘관세인(Tariff Man)’이라 지칭할 정도의 관세장벽 신봉자다. 이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 악재다. 정부는 올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1.5%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이끄는 ‘대행 정부’는 당장의 현안에 집중한다는 모양새다. 이날 발표한 경제정책방향 최우선 순위로는 민생이 꼽혔다. 18조원 규모의 공공부문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기를 뒷받침하고 12조원에 육박하는 먹거리 물가 안정 재정을 시급히 풀기로 했다. 상반기에 중앙정부 67%, 지방 60.5% 정도의 예산을 소진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다만 해당 정책들이 중장기적 구조 개혁보다는 ‘현상 유지’에 초점을 뒀다는 한계가 보인다. 조기 대선에 따른 차기 정부 출범 시 경제정책방향이 급변하며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로 이번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