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행 사의 만류에… 용산 참모진, 거취 향방 논의할듯

입력 2025-01-02 08:35 수정 2025-01-02 11:32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신년 참배를 마친 뒤 대화를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 참모진은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거취 향방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 등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은 지난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에 반발하는 의미를 담아 사의를 표명했었다. 다만 최 권한대행은 국정 안정이 우선인 때라며 최종적으로 이들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기획재정부를 통해 밝힌 상황이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1일 정 실장의 사의 표명 이후 첫 통화에서는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가, 이후 재차 통화해 “사표를 반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실장은 이미 사의 수용 통보까지 받았다고 판단했고 남은 업무들을 마무리, 대통령실을 떠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과 정 실장 간의 연락 내용을 일부 아는 다른 참모진들 틈에서는 “정 실장과 행동을 같이해야 한다”는 기류마저 형성된 상황이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이 지난 1일 거취와 관련해 모여 논의를 하거나, 통일된 방침을 세운 과정은 없었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괄 사표를 낸 것은 분명하나, 완전히 거취를 상의한 것은 아니다”며 “어떻게 행동할지 냉정하고 신중하게 논의를 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 역시 사의 표명을 재고해 달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은 지난달 31일 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을 최 권한대행의 일방적 의사결정으로 판단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은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지만, 이번 최 권한대행에게 낸 사표에는 항의의 의미도 담겼다고 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결정 이후 “독단적인 결정이 이뤄지는데, 무슨 보좌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토로가 나왔다고 한다.

여권 내부에서는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에 신중할 것을 이미 건의했고, ‘대행의 대행’인 최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은 권한 밖의 일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탄핵소추를 무릅쓰며 재판관 임명에 신중했다”며 최 권한대행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격앙된 분위기도 감지됐다. 여권은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6인 체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할 때가 그보다 다수 재판관인 경우보다 기각 확률이 크다고 보고 있었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한 전례가 있으나, 이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통령이 없을 때 권한대행이 내린 결정이었다는 점도 신중론의 근거로 제시돼 왔다. 다만 헌재는 국가적 중대사에 해당하는 대통령 탄핵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재판관 충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국정 혼란기에 고위 공직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관련 유불리를 이유로 일괄 사직하는 모습은 올바르지 않다는 비판 여론 역시 높은 실정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