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럭 군중 돌진 참사…차 안엔 ‘IS 깃발·사제폭탄’

입력 2025-01-02 07:42 수정 2025-01-02 09:59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버번스트리트에서 수사 관계자들이 1일(현지시간) 트럭 군중 돌진 사건과 관련해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새해 첫날 픽업트럭을 돌진시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낳은 사건의 용의자가 IS(이슬람 국가) 깃발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공범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 차량 돌진 사건 용의자 샴수드 딘 자바드의 머그샷. 연합뉴스

미 연방수사국(FBI)은 1일(현지시간) “용의자는 42세의 샴수드 딘 자바르(Shamsud Din Jabbar)”라며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사살된 용의자는 퇴역 육군으로 루이지아나주 서쪽에 인접한 텍사스주 출신의 미국 시민으로 파악됐다.

그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육군에서 복무했고 아프가니스탄에도 파병됐다. 군 복무 시절 정보 및 인사 분야에서 근무했는데 공적을 쌓아 여러 훈장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020년까지 육군 예비군으로 복무했다. 용의자는 젊은 시절 이슬람교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버번스트리트에서 수사 관계자들이 1일(현지시간) 트럭 군중 돌진 사건과 관련해 현장을 통제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의자가 운전한 픽업트럭에서 IS 깃발이 발견되면서 국제 테러단체인 IS가 이번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사 당국도 이번 사건이 단독 범행이 아닌 공모된 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연설에서 “누구도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면서도 “(용의자가) 소셜미디어에 IS의 영향, 특히 살인에 대한 열망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동영상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IS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번 공격은 수년 만에 미국 땅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 될 것”이라며 “FBI 관계자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테러 위협이 높아졌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 관리들은 가자지구와 레바논 분쟁, 중앙아시아의 불안이 급진화된 소규모 그룹과 ‘외로운 늑대’ 테러리스트의 형태로 미국에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고 전했다.

트럭에서는 IS 깃발과 함께 무기와 사제 급조 폭발물(IED)도 발견됐다. 또 사건 현장 주변에도 사제폭발물로 의심되는 장치가 있었다. 수사당국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용의자의 자택을 수색하고, 전처의 자택도 방문 조사했다.

사건이 벌어진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는 미시시피강을 끼고 있는 관광 중심지로 미국과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이다. 범인은 이날 새벽 3시15분쯤 렌트한 픽업트럭을 타고 프렌치쿼터 버번스트리트에 모인 군중 속으로 돌진했다. 이 사건으로 사망자는 애초 10명에서 15명까지 늘어났다. 부상자는 30여명이다. 미국 언론들은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용의자는 이날 사건 전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차를 피해 보도를 이용해 돌진했다. 용의자는 돌진 뒤 트럭에서 내려 총격을 시작하면서 경찰관 3명과 대치하다 사살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 2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프렌치쿼터에는 새해맞이 행사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슈퍼돔에서 열리는 대학 미식축구 슈거볼 플레이오프 경기 관람객까지 더해지면서 인파가 몰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더 큰 사망과 부상을 막은 법 집행 기관의 용감하고 신속한 대응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이날 오후 7시 슈퍼돔에서 열릴 예정된 조지아대와 노트르담대의 슈거볼 4강전은 연기됐다.

범인의 신원이 밝혀지기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사건을 불법 이민자의 범죄 문제라는 식의 주장을 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가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범죄자들이 미국에 있는 범죄자들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했을 때 민주당과 가짜 언론들은 이를 반박했지만 사실로 드러났다”며 “우리나라의 범죄율은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 용의자가 미국 태생의 시민이라고 확인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