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의회 해산 ‘실책’ 인정… “분열만 키웠다”

입력 2025-01-01 17:24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대국민 신년 TV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지난해 여름 조기 총선을 실시한 자신의 결정이 오히려 정치적 분열과 불안정을 심화시켰다고 인정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025년 신년사에서 “의회 해산이 현재로서는 프랑스 국민에게 해답보다는 더 많은 분열을 가져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 점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중도 성향 후보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크게 약진하자 의회를 해산한 뒤 7월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총선 결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제1당을 차지했고, 다수당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의회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9월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자 전 유럽연합 브렉시트 협상대표였던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해 정국을 수습하려 했다. 그러나 바르니에 정부는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좌파와 극우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결국 불신임 투표로 축출됐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니에의 후임으로 자신의 오랜 정치적 동맹인 프랑수아 바이루를 총리로 임명했다. 바이루 총리는 야권을 향해 정치적 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프랑스 국민 여러분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핵심 사안에 대해 국민의 직접적 판단을 구할 수도 있다”고 정치적 난국 타개를 위한 국민투표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외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들의 국방비 증액 요구가 예상됨에 따라 “유럽은 더는 자신의 안보와 국방을 다른 강대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럽 차원의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순진함을 뒤로해야 한다”며 “우리는 다른 이들이 정한 무역 규칙, 상호주의나 미래 대비 없이 다른 이들에게 의존하게 하는 모든 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신년 연설이 국민 여론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FT는 전망했다. 여론조사기관 엘라베(Elabe)의 12월 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도는 2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은 이날 신년 메시지에서 “뒤늦은 후회나 형식적인 사과는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에게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며 마크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르펜은 그러면서 “2025년은 프랑스 정치의 ‘결정적 해’가 될 것이다. 프랑스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민주적 결정’뿐이라”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도 내놓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