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플레이도 좋아하시지만 그보다는 저의 반전 매력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웃음).”
2024시즌 KLPGA투어서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돌격대장’ 황유민(21·롯데)이 조심스럽게 꺼낸 자신의 인기 비결이다.
그는 2025년 을사년 벽두에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많은 팬분께서 저더러 은근 반전 매력 덩어리라고 한다”며 “체격에 비해 장타를 친 데다 ‘닥공’ 스타일의 플레이를 즐기는 것도 예쁘게 봐주시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고 했다.
황유민은 지난해 11월 27일 있었던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팬들의 온라인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됐다. 당시 투표에서 황유민은 8558표(득표율 20.69%)를 획득, 6944표(16.79%)를 얻은 ‘큐티풀’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친 자신에게 주는 상으로 작년 말에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왔다는 황유민은 “팬투표 초반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중반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 내심 기대했다.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매우 행복하다”라며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준 상이라 생각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내년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유민은 작년에 4월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톱10’에 9차례나 입상하면서 상금 순위 4위(10억5104만원)로 시즌을 마쳤다. 우려했던 ‘2년생 징크스’와는 거리가 먼 최고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그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다. 황유민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한 해였지만 목표였던 다승을 못 한 게 좀 아쉽다”고 했다. 특히 결정적 퍼트 실수로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한 네 차례 준우승, 그중에서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준우승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년 시즌 아쉬웠던 부분은 오롯이 올 시즌 목표가 됐다. 그는 “투어 데뷔 이후 매년 1승씩 거두는 데 그쳤다. 그래서 올해는 꼭 2승 이상을 하고 싶다”며 “올해는 나 자신이 많이 업그레이드됐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황유민은 목표 달성까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안다. 그는 “쇼트게임 보완이 절실하다”라며 “작년에 시즌 중간에 샷이 많이 흔들렸는데 다양한 구질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샷을 가다듬을 것이다. 중요한 지점서 퍼트 실패로 우승 놓친 실수를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해 황유민은 1월 중순쯤 35일 일정으로 베트남 전지훈련을 떠난다.
황유민은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163㎝의 그다지 크지 않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장타가 일품이다. 올 시즌에도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253.76야드를 날려 장타 부문 4위에 자리했다. 돌격대장이라는 닉네임은 그의 장타 때문에 얻어졌다.
그는 장타 비결에 대해 “다소 왜소한 상체에 비해 하체가 좋다. 그 하체를 이용한 스윙이 장타의 비결”이라며 “주니어 시절 거리가 안 나 스윙 스피드를 늘릴 요량으로 가벼운 스틱으로 빠르게 빈 스윙 연습을 했는데 그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벼운 스틱으로 하는 빈 스윙은 부상 염려가 있어 주말 골퍼들에게는 권장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보다는 손에 아무것도 쥐지 말고 맨손으로 하는 빈 스윙을 매일 반복적으로 하면 분명 비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팁을 주었다.
작년 말에 메인 스폰서인 롯데와 재계약에 성공한 황유민은 올 12월에는 미뤘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작년에 부족했던 부문을 잘 채워서 올해는 꼭 도전할 생각”이라며 “작년에는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부득이 시기를 조금 늦췄다. 근력 강화 운동과 몸 관리를 잘해서 꼭 뜻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결기를 내보였다.
지난 2년간 몇 차례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면서 자신감도 충만하다. 2년 전 하와이에서 열렸던 롯데챔피언십에서 공동 9위에 입상했다. 작년에도 메이저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등 2개 대회 출전으로 경험치를 높였다.
황유민은 2년 전만 해도 골프 외에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그러던 그가 작년부터 갑자기 게임에 부쩍 관심이 커졌다. ‘절친’인 이율린(22)과 함께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즐긴다는 황유민은 “페이커(이상혁)가 있는 T1팀을 가장 좋아한다”라며 “대회가 없을 때는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고 온다”고 귀띔했다.
황유민에게는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효주(29)다. 그는 “(김)효주 언니 특유의 여유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닮고 싶다”라며 “성격, 스윙, 유머 감각 등 언니의 모든 면을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여유로움이 좋다. 조언도 친절하게 잘해주신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작년 한 해 많은 사랑을 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올해는 더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