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게임 산업계는 큰 변화에 직면했다. 3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가 시행된 데 이어 국내 대리인 제도, 입증전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 게이머 권익 보호에 힘을 싣는 법안이 줄이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을사년인 올해엔 게임이용장애 도입 여부, 게임물 등급분류 민간이양 등 지난해 못지않은 굵직한 게임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게임을 질병으로 관리하는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여부가 올해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이 게임질병코드 등재 여부를 결정할 제10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초안을 오는 10월 공개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5월 11차 국제질병분류(ICD)에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했다. 이후 수년간 국내 관련 업계 및 유관 부처가 국내 도입 여부를 두고 논의해왔으나 게임계와 의료계로 대표되는 찬반 측의 거센 대립으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갈등이 커지자 국무조정실은 민관협의체를 꾸려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해왔지만 뚜렷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중이다.
KCD 10차는 2030년 개정을 거쳐 2031년 공식 시행된다. 게임 업계에선 게임 질병코드가 도입될 시 낙인 효과 등 산업에 끼칠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최근 WHO에 의견서를 제출해 질병코드에 대한 부당함을 항의하고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이용 시간과 게임이용장애가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헌정 사상 최다 청구인이 모집됐던 게임 사전 심의제도 헌법소원 결과도 올해 큰 관심사다. 지난 10월 한국게임이용자협회와 유튜버 김성회씨는 게임산업법 제32조 제2항 제3호 속 위헌이라며 21만명의 게이머와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2008년 6월 9만5988명(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대한 위헌확인)의 종전 위헌심판 최다 청구인 기록을 2배 이상 뛰어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들이 문제삼은 법 조항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어지럽게 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하는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반입하는 경우 형사처분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명시된 부분이다. 국내 게임 유통을 심의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십수년 동안 해당 조항을 이유로 해외 게임을 빈번하게 차단해 국내 게이머들의 분노를 키웠다.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향후 게임 산업의 규제가 상당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업계에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임물 등급분류의 민간 이양에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1월 정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게임물 등급 분류를 중장기적으로 민간 등급 분류 기관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에 완전히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줄줄이 발의했기 때문에 민간이양이 더 빠르게 추진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콘솔 게임 지원 정책을 강화한다. 지난해 초 문체부는 ‘게임산업 제2의 도약’을 주제로 콘솔 게임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닌텐도 등 글로벌 콘솔 플랫폼 기업과 협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문체부 총예산(7조672억원) 중 콘텐츠 부문은 지난해 본예산과 비교했을 때 0.7% 감액된 총 1조2715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중 콘솔 게임 지원 사업에 155억원을 배정해 전년 대비 87억원 증액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2025년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우리 문화의 역량을 혁신적으로 키우고 글로벌 문화강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