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미국 주식 보유액 173조원… 새해에도 ‘美강세’ 이어질까

입력 2025-01-01 06:00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2024년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증시가 지난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국 증시에서 뉴욕 증시로 눈을 돌린 서학개미들이 급증했다. 증권가에선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새해에도 미국 증시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해 전 거래일보다 63.90포인트(1.07%) 내린 5906.94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종합지수(-1.19%)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97%)도 하락 마감했다. 그러나 연간 수익률을 보면 매그니피센트7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주가 크게 올라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1월 2일 대비 32% 오르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증시가 연일 상승하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지난 24일까지 미국 주식을 109억8769만 달러(16조171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보관액은 1175억9650만 달러(173조785억원)로 집계됐다. 연초(673억696만 달러)보다 74.6% 늘었으며, 보관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건 처음이다.

서학개미들의 수익률도 높았다. 국내 ETF 중 지난해 수익률 1위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로 연초 대비 98.69% 올랐다. 수익률 2~10위도 모두 미국 빅테크 기업 등으로 구성된 상품들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빅테크 기업 주도하에 미국 증시의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위원은 “공고한 기술 리더십과 2023년 대비 2024년 20%가량 높은 실적 모멘텀에 근거해 미국 증시의 차별화 행보는 새해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발표 이후 주요 지수가 연속 하락했지만 업계에선 연준의 ‘비둘기파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다. 김 연구위원은 “고용과 물가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실제 2025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3회 이상이 될 것”이라며 “현재 한껏 멀어진 시장과 연준 사이의 시각차는 연초 이후 좁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으로 미국 경제와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태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트럼프2.0의 경우 취임 직후인 2025년 1월 말 또는 2월부터 중국을 비롯해 주요 동맹국과 주변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부과가 빠르게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5년 미국 증시는 정권 교체로 대내외 정책 불확실성이 동시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때와 같은 막무가내식 감세, 관세, 이민 정책은 미국 경제와 증시의 자가당착을 자극할 것”이라며 “2기 경제 정책이 온건주의 방식으로 선회할 경우 증시 순항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