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간 놓지 못한 외로운 사투…너는 이미 훌륭했다” 조종사 추모 편지 이어져

입력 2024-12-31 16:48
31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 인근 철조망에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의 유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붙어 있다. 무안=최원준 기자

“외로운 사투, 마음이 아프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 인근에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담은 편지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철망에 “섭아! 우리 왔다”로 시작하는 손편지였다. 31일 현장 인근 철망에 걸려 있는 이 편지는 사고 기체를 몰았던 기장 한모(45)씨를 부르고 있다. 한 기장은 공군 학사 장교 출신으로 2014년 제주항공에 입사했다. 2019년 3월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급했다. 한씨는 총 비행 시간이 682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 조종사였다.

편지에는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적혀 있었다. 랜딩기어가 펴지지 않는 기체를 긴급하게 착륙시키는 순간부터 마지막 로컬라이저 앞까지 찰나의 시간에 기장이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며 위로하는 글이었다.

작성자는 편지 말미에 ‘형이…’라고 썼다. 흰테이프로 공항 철망에 붙여진 편지 아래에는 갈색 종이컵과 음료수가 고인이 숨진 현장을 향해 놓여 있었다.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 철조망에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비행훈련원 정비팀 일동’이라고 밝힌 이들이 쓴 추모 편지가 붙어 있다. 무안=최원준 기자

활주로 인근 철망엔 조종사를 추모하는 편지가 이어져 붙어 있다.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비행훈련원 정비팀 일동’이라고 자신들을 밝힌 한 편지에는 “안타까운 죽음,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길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다. ‘파일럿 지망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시민은 “끝까지 요크(조종간)를 놓치 않으시고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기장님, 부기장님 존경합니다”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31일 전북 무안의 기온은 영상 4도. 하늘은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처럼 맑았고, 바람은 남남동 방향 초속 7m로 불고 있다.

최예슬 기자, 무안=최원준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