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영상·기사 많이 보지 마세요” 트라우마 예방법

입력 2024-12-31 07:29 수정 2024-12-31 11:00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려면 사고 당시를 촬영한 동영상이나 관련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제한해 보라는 정신 건강 전문가 단체들의 조언이 나왔다.

31일 의료계, 심리학계에 따르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전날 낸 성명을 통해 “재난 참사와 관련해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사고로 충격을 받을 많은 사람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와 사고 수습에 참여한 관계자의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고 미디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접하는 대중의 고통을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갑작스러운 사고와 상실을 맞닥뜨린 유가족은 불안과 공포, 슬픔, 분노, 죄책감 등 다양한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슬픔과 고통을 나누고 같은 경험을 공유한 재난 회복 지원 그룹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라고 권고됐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고통이 심할 경우 즉시 정신 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학회들은 정부에 재난 트라우마는 사고 직후뿐 아니라 정신과 신체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유가족이 적절한 치료와 심리 지원을 충분한 기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취재와 보도를 담당하는 언론인의 경우에도 관련 지식과 대처법을 숙지해 언론인 자신과 취재원, 국민이 참사 트라우마를 경험하지 않도록 보호돼야 한다.

학회들은 대중에게 사고 관련 언론 보도는 시간을 정해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시청하라고 권유했다. 특히 자극적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생산, 공유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또 “사회적 지지는 재난 트라우마 회복의 핵심”이라면서 “유가족에 대한 평가나 판단, 섣부른 조언은 삼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위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사고 당시 동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하는 것이 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극도의 공포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것일 뿐이다. 이는 정상적 회복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좋지 않은 뉴스를 잇달아 접하는 상황이라 무기력함이 이어지는 상태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