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안치용 냉동고 이제 도착, 너무해” 유족 분통

입력 2024-12-30 21:08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새롭게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명단 발표에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당국으로부터 희생자들의 시신 부패를 막을 수 있는 냉동고 설치를 약속받았으나 참사 하루가 지나도록 설치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30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어제부터 시신을 안치할 냉동 차량을 요구했고 이날 오후까지 모두 완료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그러나 현장을 확인해보니 단 1구도 냉동 차량에 안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관료는 유가족을 달래려고 좋은 소리만 하고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마지막 존엄과 대우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격납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가족협의회는 시신 훼손과 부패를 막기 위해 희생자 시신을 안치할 수 있는 냉동 컨테이너를 정부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보다 설치가 늦어지면서 유족들이 크게 반발했다.

한편 수습 당국은 다음 날까지 검시 절차가 완료된 희생자 90명의 명단을 유가족 대표단에 넘겨주기로 했다. 검시는 수사기관이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하기 전 실시하는 마지막 확인 절차다. 명단에 포함된 희생자의 유족들은 각자의 판단에 따라 곧바로 장례를 치르거나 다른 유족과 합동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임시 안치할 수 있게 된다.

대표단 관계자는 선별 기준을 명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최대한 수습된 한도 내에서 선정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또 “명단을 받는 대로 공지해드릴 테니 가족들과 의논해 밖으로 (바로) 나가실지 여기에 남으실지 자유롭게 결정해달라”며 “밖으로 나가시더라도 대표자 한 분은 끝까지 같이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수습 당국은 이날 오후 8시 기준 전체 사망자 179명 가운데 16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신원 확인이 어려운 나머지 15명 등은 DNA 시료를 채취해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구조물과 공항 외벽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사고 비행기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고,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