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 한덕수 ‘탄핵 불가론’ 해부… “경우의 수 다 따져야”

입력 2024-12-30 18:49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의결정족수에 대한 설명(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불가론’을 주장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라는 한 권한대행의 독특한 지위에서 비롯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다 검토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헌법 65조 2항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과 총리의 탄핵 의결 정족수가 각각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200명)과 재적 과반 이상(151명)으로 차이 나는 데 따른 것이다. 국회는 지난 27일 재석 의원 192명 전원 찬성으로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을 가결했다. 대통령 탄핵 요건은 못 넘기고, 총리 탄핵 요건은 넘긴 숫자였다.

與 “여러 경우의 수 나올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헌법재판소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 정족수에 대한 내용이 없고,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한 추가적 의문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서 한 권한대행의 탄핵 요건에 대한 쟁점을 총 5개로 나눈 뒤 각각의 경우에 대해 따져야 할 지점을 나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에서 제기한 탄핵 사유 5가지에 권한대행과 총리 시절의 행위가 혼재돼 있으므로, 여러 법적 가능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앞서 민주당은 총리 지위로서의 탄핵 사유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공모·묵인·방조 의혹, 지난 7일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담화문 발표’ 등 두 가지를 적시했다. 권한대행으로서의 탄핵 사유에는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내란 상설특검 임명절차 이행 회피, 국회 추천 몫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세 가지를 포함했다.

野,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행 때의 일 적용
국민의힘은 먼저 한 권한대행이 원래 직이었던 총리 지위에서 했던 행위를 권한대행의 행위로 흡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예를 들면 총리 시절인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참석 행위로 권한대행이 된 다음 탄핵소추하는 게 적법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탄핵소추의 대상을 권한대행과 총리로 분리해서 각각 탄핵소추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권한대행과 총리 지위 모두를 탄핵하기 위해서는 피소추적격을 권한대행으로 봐야 하는지, 총리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권한대행 겸 총리라는 전체 지위를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 "총리마저 탄핵합니까? 안정이 우선입니다"라고 적힌 국민의힘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6일 국회에 제출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에서 피소추자 지위는 ‘국무총리’로, 주문에는 ‘국무총리 한덕수의 탄핵을 소추한다’고 명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7일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안”이라며 “그러므로 헌법 제65조 2항에 따라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총리 지위일 때 발생한 탄핵 사유를 권한대행의 탄핵 사유로 끌어다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다퉈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난 7월 이상인 전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에서 “일반적으로 탄핵대상자가 직무집행을 할 때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고, 직무대행자의 경우 직무대행 당시의 헌법과 법률 위배가 탄핵 사유가 된다”고 밝힌 점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전 직무대행을 부위원장이 아닌 직무대행으로 탄핵소추를 제기했었다.

국민의힘은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지위에 대해 총리에 대한 ‘일반 탄핵 의결 정족수’(151명)와 대통령에 대한 ‘가중 탄핵 의결 정족수’(200명) 중 무엇을 적용할지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권한대행 지위를 정지시킬 목적이면 가중 탄핵 정족수를, 총리 지위를 정지시킬 목적이면 일반 탄핵 정족수를 구분해서 봐야 하는지 다양한 견해가 이론상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 “대행 신분이니 200석이 기준”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우리 당의 주요 주장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 요건은 대통령 가중 정족수(200석)라는 것이고, 총리 시절의 탄핵 사유에 대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이었기 때문에 200석이 기준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비적으로는 총리 신분에 따른 권한만 정지되고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에 따른 권한은 정지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