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같지 않아서…” 무안공항에 쏟아진 위로의 손길들

입력 2024-12-30 15:59 수정 2024-12-30 16:44
광주남구자원봉사센터 회원들이 30일 무안국제공항 주차장 한쪽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과 관계자들에게 무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어제 방송으로 사고 소식을 보고 아침 9시30분쯤 달려왔어요. 남 일 같지가 않았어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이틀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신진남 한국여성농업인 무안군연합회장은 30일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드시고 힘을 내도록 회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을 비롯한 무안군연합회원들은 무안국제공항에서 전날 오후 12시까지 떡국 3000인분을 무료로 대접했다. 여기엔 남도사랑봉사단, 새마을부녀회 등도 함께 했다.

사고 유가족과 공항 관계자, 취재진은 물론 수습현장의 소방대원, 경찰, 국과수 요원 등이 따스한 국물로 끼니를 때우며 쓰린 가슴을 달랠 수 있었다.

“첫날 무안읍내 떡 방앗간을 다 돌았어요. 떡과 식재료를 있는 대로 다 샀지요. 또 지역 청년회가 해돋이 행사하려고 준비한 떡도 가져오고 수협이 독거노인에게 주려고 했던 떡까지 다 달라고 했어요.”

이들은 이처럼 모은 떡으로 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식당 등에서 하루 3000인분의 떡국을 제공하고 있다.

신 회장은 “너무 참담하고 실감이 안난다. 우리 고장에서 큰 사고가 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사고 수습과 장례 절차 등이 모두 잘 끝날 때까지 식사 대접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노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30일 무안공항 2층에서 물과 빵, 위생용품 등을 유가족 등에게 나눠주고 있다.

29일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에는 곳곳에서 따스한 손길들이 이어지며 유가족들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달래주고 있다.

광주남구자원봉사센터는 30일 공항 주차장 한쪽에서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4시부터 준비한 흰쌀밥과 소고기뭇국, 계란말이, 장조림, 김 등을 담은 400인분의 식사를 광주에서 가져와 대접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공항 2층에서 칫솔과 치약 등 위생물품을 비롯 빵과 음료, 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무안노회 목회자 등을 중심으로 서울 광염교회와 함께 나선 이들은 “힘내시라”며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윤동 무안청계중앙교회 목사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당한 유족들과 함께 울고 상황이 끝날 때까지 힘껏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함평군보건소 관계자들이 30일 3대의 차량을 이용,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큰 충격을 받은 유가족 등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치료에 나섰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전날 무안공항 1, 2층에 200여개의 임시 숙소를 설치하고 생수, 담요, 방한용품 등을 유족들에게 제공했다. 전남자원봉사센터와 무안소방서 의용소방대, 한국전력공사 사회봉사단 등도 떡국과 빵, 물, 라면 등을 전달하고 있다.

함평군보건소 등은 큰 충격을 받은 유가족과 관계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위한 치료에 나섰다.

30일 무안국제공항 2층에 있는 한 카페에 붙은 '커피 선결제' 안내문.

또 오열과 흐느낌이 끊이지 않는 무안공항 내 카페에는 최근 ‘탄핵 촉구 집회’ 현장에서 자주 나왔던 ‘선결제 봉사’가 나타났다.

30일 공항 2층에 있는 이 카페에는 ‘봉사자 및 유가족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드시길 바랍니다. 선결제 되었어요’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카페 점주는 “결제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른다”며 “아메리카노 100잔, 카페라테 100잔을 유가족과 봉사자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해달라며 비용을 냈다”고 말했다.

무안=글·사진 김용권 김영균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