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성심당 케이크 15만원에…연말 되팔기 또 기승

입력 2024-12-31 00:03
대전 유명 빵집 성심당의 딸기시루 케이크. 소셜미디어 캡쳐

연말 시즌을 맞아 주요 인기 상품을 ‘되팔기’하는 일이 유행하면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연말 소비심리를 이용한 리셀러들이 온라인상에 대거 나타나는 중이다.

30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최근 대전 유명 빵집 성심당의 ‘딸기시루막내’ 케이크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해당 케이크의 정가는 4만3000원인데, 교통비(통행료·주유비)에 수고비를 더해 14만원에 되팔겠다는 것이다.

성심당의 딸기시루 케이크는 딸기 철인 겨울과 초봄에만 나오는 시즌 한정 메뉴로, 가성비가 좋기로 유명하다. 서울 주요 특급 호텔의 케이크가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내용물도 충실해 인기가 많다. 2.3㎏인 딸기시루 케이크의 정가는 4만9000원, 그보다 작은 크기인 딸기시루막내는 4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딸기시루 케이크의 거래가는 7만~15만원까지 가격대도 다양했다. 실제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딸기시루 케이크가 2배가 넘는 가격에 어렵지 않게 판매됐다.

성심당에서 배포하는 무료달력에까지 웃돈을 얹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엔 성심당 달력을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다수 발견됐다. 이 달력은 지난 23~25일 성심당에서 3만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증정됐던 제품이다. 달력 후면엔 3만원 상당의 빵 교환 쿠폰이 함께 동봉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심당 측은 홈페이지에 ‘구매대행 NO, 리셀(되팔이) NO’라고 적힌 사진을 올리면서 “구매대행(3자 판매)시 법적 제재가 있을 수 있다. 성심당 제품은 오직 성심당 매장에서 만나자”고 안내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캐치! 티니핑’ 제품도 리셀 대상이다.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장난감 ‘오로라핑 캐슬하우스’는 한때 리셀 시장에서 정가의 5배에 달하는 몸값을 자랑했다. 이 제품의 정가는 5만원으로 공식 스토어에서 20% 할인된 3만9900원에 판매되는데, 온라인상에서 2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리셀 현상이 심화하는 등 품귀 현상이 일자 대형마트들은 ‘오로라핑 캐슬하우스’의 판매를 전국 모든 점포에서 1인당 1개로 제한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완구 협력사와 생산 일정을 협의해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리셀 현상을 보는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부분 싸늘했다. “부끄럽지도 않나” “이 정도면 창조경제다”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불법이 아니라면 문제 될 게 없다. 시장경제에선 시간도 돈이다” 등 반론도 있었다.

리셀 현상을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따른 거래로 보기엔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리셀가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형성될 경우 추후 정가가 오르는 등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이나 한정판 의류 재판매를 통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던 리셀 현상이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며 “생산자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시장을 교란하는 수준의 리셀 행위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