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에 제주도 행사 줄줄이 취소… 도민들 “애통하고 두려워”

입력 2024-12-30 15:41 수정 2024-12-30 15:48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유족들이 브리핑 내용을 듣고 있다. 뉴시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제주지역에 예정됐던 연말연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제주시는 31일 밤 제주시청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제야의 용고타고’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이날 행사는 밤 11시부터 문화공연, 시민 새해 소망 영상 송출, 제주시장 신년 메시지, 카운트다운, 용고타고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제주시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찬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애도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완근 제주시장은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서귀포시 대정읍도 같은 날 열릴 예정이던 ‘대정 동일 해넘이 축제’를 취소했다.

2024년 마지막 해를 떠나보내는 해넘이 카운트다운을 비롯해 밴드 공연, 군악대 퍼레이드, 소원성취 달집태우기, 불꽃놀이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국가애도기간을 고려해 취소를 결정했다.

일출 명소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서 열리는 ‘성산일출축제’도 열리지 않는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이틀간 열릴 예정이던 제32회 성산일출축제를 전면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전 4시부터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던 성산일출봉 새벽 등반도 취소됐다.

30일 오후 제주도의회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사진 앞줄 가운데)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사진 앞줄 왼쪽),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사진 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헌화 분향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서귀포시는 ‘제26회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펭귄수영대회’ 행사를 취소했다.

매년 1월 1일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국제펭귄수영대회는 새해 첫날 밝은 기운을 얻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찬 바다에 몸을 담그는 이색 행사다.

행사 개최일 한 달 전부터 도민 참여분이 거의 마감되는 등 인기를 끌었지만, 179명이 숨진 항공 대참사에 불가피 취소 결정을 내렸다.

호텔업계도 연말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제주신화월드는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로 새해 0시를 맞는 연말 대표 행사 ‘제주신화월드 카운트다운 2025’ 콘서트 이벤트를 열지 않기로 했다.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와 엠버퓨어힐 호텔&리조트도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를 취소했다.

관광업계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형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면서 침통한 애도 분위기 속에 근심 가득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주요 5성급 호텔의 예약률은 지난주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아직 항공예약 취소분이 정리가 안 된 상황이다.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12월 23~29일) 제주 입도 관광객은 24만328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7만7297명)보다 34만17명(12.2%) 감소했다.

제주시 애월읍에서 9년째 농어촌 민박을 운영 중인 이모(48)씨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내국인 방문객이 줄었고, 대규모 호텔로 몰리면서 펜션 운영이 크게 어려워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마음도 안 좋고, 내년에도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늘길 이용이 잦은 제주도민들은 항공기 사고에 두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항암 치료를 위해 서울지역 병원을 자주 찾는 반모(72)씨는 “사고 뉴스를 보며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무서웠는데, 이번 사고로 두려움이 더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제주도는 30일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과 서귀포시민문화체육복합센터 2층 제1학습실에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이날 오후 2시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하루 동안 제주항공 항공권 예약 취소가 약 6만8000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은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항공권 취소 건수가 국내선 3만3000건, 국제선 3만4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