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여행업계가 위기를 맞았다. 여행 성수기인 연말·연초지만 고환율·고물가에 따른 수요 위축에 더해 대형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여행 취소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참사로 지방 중소여행사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면서 줄폐업 우려까지 제기된다.
3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진 직후 여행 상품 취소·변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여행사들은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상품을 대상으로 취소·변경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고 이후 첫날이라 분위기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평소보다 취소 문의가 배 이상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출발 일정이 임박한 기존 예약고객이 취소하는 사례가 적더라도 신규 예약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취소 문의는 중소여행업계에 몰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참사 피해자들이 광주·전남 지역 여행사 상품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소 여행사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중소여행사는 가격 부담이 적은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하는 동남아·일본 상품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LCC 이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점도 악재다.
당장 무안국제공항이 폐쇄됨에 따라 여행사들은 무안공항 이용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일각에선 사고 수습과 원인 분석을 위해 폐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지방 공항 출발 상품 위주로 사업을 이어온 지역여행사들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팬데믹 이후 간신히 숨통이 트이고 있었는데 경쟁력이 떨어지고 재정 상태가 부실한 여행사들은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남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하면서 당분간 출국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행업계의 광고·홍보 활동도 어려워지면서 홈쇼핑을 비롯한 채널에서 광고를 취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여파로 방학 시즌인 2∼3월 여행 상품 문의도 급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비상계엄 사태와 고환율, 이번 사고까지 더해져 여행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행 매력도가 떨어져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상품 모객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좋은여행(-5.59%), 하나투어(-2.16%), 노랑풍선(-2.02%), 롯데관광개발(-1.42%), 모두투어(-0.72%) 등 여행사 주가는 일제히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