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 행렬이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온 부모부터 새벽부터 꼬박 밤을 새워 운전해서 서울에서 내려온 자영업자까지 많은 시민이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체육관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추모 공간에는 명패와 국화꽃, 근조 화환이 열을 맞춰 놓여 있었다. 영정사진이 걸려 있지는 않았다.
시민들은 오전 11시10분쯤 분향소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곧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다섯 살, 일곱 살 자녀 두 명의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은 전영주(40)씨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전씨는 “사고 희생자 중에 어린아이가 많아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며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대학생뿐 아니라 고등학생 등 청년층도 눈에 띄었다. 고등학교 3학년 정재윤(18)군은 “희생자 중에 나와 같은 10대 학생들이 많아 너무 안타까웠다”며 “친구 3명과 함께 이른 아침 시외버스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조선대에 다닌다는 추승아(20)씨도 “사고가 나자마자 주변 지인들과 안부 연락을 쉴 새 없이 주고받았다”며 “20대 대학생 희생자가 많아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고 했다.
첫 번째로 분향을 마친 송기영(68)씨는 “10년 전 전남 신안에서 같이 근무했던 후배가 있는데, 사고 직후 이 친구가 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분향소에서 친구의 죽음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했다.
먼 길을 달려온 시민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윤호(24)씨는 이날 오전 3시 가게 문을 닫자마자 곧장 운전해서 무안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최씨는 “분향소가 운영되기 전까지 주차장에서 2시간가량 쪽잠을 자며 기다렸다”며 “서울로 돌아가 오후 5시부터 가게를 열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순봉(61)씨는 이번 참사로 딸과 사위를 떠나보낸 친구를 돕기 위해 분향소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양씨는 “친구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무안공항에 직접 가지 못한 대신 분향소 자원봉사를 지원했다”며 “29일 밤부터 자원봉사자 300여명이 모여 사전 작업을 시작했다. 유가족을 위해 24시간 내내 일하겠다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분향소를 운영하는 무안군청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조문객 730명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전남도 관계자는 유가족 일부가 합동분향소를 무안공항 1층에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 “도에서 운영하는 합동분향소는 유가족 뜻대로 공항에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안=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