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라면 어떻게 위로하셨을까’ “무안 참사, 함께 애통하며 기도합니다”

입력 2024-12-30 13:30 수정 2025-01-0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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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크리스천은 이해할 수 없는 고난에 다시금 고개를 떨구며 하나님만을 바라보게 된다. 국가적 재난을 맞아 한국교회 안에서는 상처 입은 유가족을 깊이 위로하며 공감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선포되고 있다.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눅 13:4)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가 3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건넨 성경 구절이다. 본문은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18명이 매몰돼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예수님은 불행한 사건에 대해 구구절절 말씀하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할 것을 촉구하신다.

한 목사는 “무안 참사 앞에 우리 모두 시험대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국가적으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참사로 희생자와 유가족이 우리를 대신해 고난받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희생자들의 고귀한 삶을 언제나 기억하며 이 땅에 생명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마련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같은 본문을 꼽은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는 특정인의 잘못으로만 결론 내린 뒤 참사를 잊는 행위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처럼 피해자들 곁에서 애통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건넸다. 이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는 역사상 가장 선한 삶을 사셨지만 십자가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을 당하셨다”며 “십자가 죽음은 언젠가 우리가 겪을 고통을 사하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미래와 소망을 안겨주시기 위함이다. 예수님만이 우리 소망이라는 믿음을 갖고 우는 자들과 함께 애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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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위로보다 충분한 애도가 우선이라는 메시지도 나왔다. 정명호 혜성교회 목사는 요한복음 11장 33절 등을 꼽았다. 요한복음 11장에서 예수님은 죽은 나사로를 살리시는데 그 전에 충분히 애도하시는 구절(“심령이 통분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기사” “눈물을 흘리시더라” “다시 속으로 비통히 여기시며”)이 나온다. 정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일을 기억하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함께 울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오헌 서울시민교회 목사도 위로하는 공동체 역할을 촉구했다. 고린도후서 1장 3~4절을 언급한 권 목사는 “고통 겪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인생을 사는 날 동안 불시에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른다. 슬픔 당한 이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천영태 정동제일교회 목사도 고린도후서 1장 3~4절을 꼽았다. 천 목사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나 싶다. 하나님만이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 말씀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온 교회가 송구영신 예배 때 이들을 위해 기도했으면 좋겠다. 교회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로마서 8장 28절을 추천했다. 그는 “비극적 대형참사 앞에서 우리의 역할은 상심한 이들 곁을 지키는 것이고 이들에게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대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은 요한복음 14장 27절과 요한계시록 14장 13절을 위로의 메시지로 꼽았다.


온라인 소셜미디어 사역단체 교회친구다모여(대표 황예찬)는 30일 재난 상황에서의 크리스천을 위한 미디어 이용 지침(표 참조)을 발 빠르게 공유했다. ‘예수님이라면 (SNS에서) 어떻게 하실까?’라는 제목의 지침은 구체적인 10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지침은 우리의 기쁜 소식들을 잠시 미루고 세상과 함께 울 수 있어야 하며,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되 신중히 표현할 것을 독려했다. 또 사건을 두고 섣부른 영적 판단을 지양하고 영적 공감을 지향해야 하며 헌신과 섬김, 나눔, 연합의 자리로 나아가자고 제언했다.

김아영 이현성 최기영 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