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유족들 “신원확인 완료 때까지 장례절차 중단”

입력 2024-12-30 12:54
박한신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희생자 신원 확인이 완료될 때까지 장례 절차를 중단하기로 뜻을 모았다. 유족들은 무안국제공항 1층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대표는 이날 오전 무안공항 2층 대합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이 20여구 된다고 한다”며 “시신이 확인되기 전까지 장례 절차 등 (관련된) 모든 일이 중단된다. 돌아가신 분들이 평온하게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참사로 동생 박형곤씨를 잃었으며 이날 유족 대표로 뽑혔다.

유족들은 공항 인근 무안스포츠센터에 합동분향소를 차리려던 정부 계획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도 냈다. 박 대표는 “유족 대다수는 공항 1층에 합동분향소를 만들어주길 원하고 있다. 정부에 이야기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유족들을 향해 “10년 전 세월호 사건 때처럼 정부에만 의지해선 안 된다. 우리가 흩어지지 않고 다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빠져나가면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다. 그만큼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했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유족들은 정부의 더딘 신원 확인 작업 등을 개선해 달라고 중대본에 요청했다. 이후 유족 대상 브리핑 주기가 30분 단위로 빨라졌으며 조사 상황판도 설치됐다. 유족 오모(56)씨는 “직접 유족들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니 일이 그나마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장례까지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례 절차를 먼저 진행하고 싶은 일부 유족들 불만도 제기됐다. 한 유족은 “빨리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서 시신 신원이 확인되면 각자 운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도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저는 개인적으로 부모님을 빨리 모셔 가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국민의힘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내비쳤다. 그는 “각 정당 관계자분이 오셔서 저희를 많이 위로해주셨다”며 “딱 한 정당만 찾아오지 않아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무안공항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앞서 탑승자 181명을 태운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는 전날 오전 9시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서 외벽과 충돌하며 화염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승객 179명 전원이 사망했으며 승무원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무안=윤예솔 김용현 기자 pinetree23@kmib.co.kr